[인문사회]왕이 금관을 안쓴다고?…‘국보이야기’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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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8호 부석사 무량수전
국보 제18호 부석사 무량수전
◇국보이야기/이광표 지음/344쪽·1만5000원·작은 박물관

최근 ‘국보 1호 교체 논쟁’으로 새삼 국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여서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다. 저자는 국보에 관한 정보라는 뼈대에 감칠맛 나는 문체와 속닥대는 이야기라는 살과 피를 붙여 국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단순한 국보 예찬이 아니라 1호 숭례문에서 308호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국보로 지정된 사연과 역사에서부터 도난·약탈, 훼손·복원, 가짜 논란과 그를 둘러싼 사기극에 이르는 사연들을 소개했다. 마치 사랑방에 앉아 저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이 책을 읽다 보면 국보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물질화된 현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보란 무엇인가’를 다룬 첫 장은 국보와 보물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살핀다. 둘 다 예술적 가치가 우수한 전통 문화유산이지만 최소한 100년 이상 된 것을 국보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국보 1호 숭례문이 1398년에 건축된 것으로 절제미의 최고봉으로 꼽힌다면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은 이보다 약 500년 뒤인 1869년에 새로 지은 장식적 건축물로 대비된다. 2장은 통계로 본 국보, 제 짝을 잃은 국보, 이름이 잘못된 국보 등 국보에 얽힌 다양한 화제를 다뤘다. 국보의 가치를 돈으로 따진 항목이 재미있다. 시장에서 거래될 수는 없으므로 보험가로 따졌다. 가장 높은 보험가를 기록한 국보는 금동반가사유상(83호)으로 500억 원에 달한다.

3장 국보 미스터리 편에선 신라 금관의 실체, 팔만대장경을 만든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표 국보 하나를 꼽으라면 금관이다. 전 세계 10여 점의 금관 중 8점이 한국에 있다. … 그 옛날 왕들은 정말 이 금관을 썼을까? …금관은 산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일종의 데스 마스크였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만든 장인(匠人)은 연인원 131만 명에 달한다. 옻칠하는 사람, 교정 보는 사람까지 합치면 총연인원은 150만 명가량 된다. (대장경은) 고려인의 땀과 불심 그 자체다.’

특히 6장 국보 비교 감상 편은 미술사를 전공한 문화재 전문기자인 저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 수덕사 대웅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을 직선과 곡선의 미학으로 비교하고 탑과 부도들을 통해 돌의 미학을 짚었으며 다양한 청자 백자 국보들을 통해 화려함과 담백함을 대비시켰다. 500여 컷의 참고 도판과 세부 목록, 소재지, 소장처, 특징과 감상 포인트까지 실어 흥미를 더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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