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LG 프레스 펠로십’ 참여 두베기자의 한국 배우기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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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인도 TV ‘스타뉴스’의 메라지 두베(사진) 기자에게 한국은 ‘LG·삼성·현대’의 다른 이름과 같았다. 인도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두베 씨는 15일 LG상남언론재단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공동운영하는 지한(知韓) 언론인 육성 프로그램 ‘서울대-LG 프레스 펠로십’의 4주 과정을 마쳤다. 17일 귀국하지만 그는 이제 한국이라는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됐다고 했다.

“LG는 전자제품 중심 기업인 줄 알았는데 화학 분야에도 진출해 있었고, 삼성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아파트도 짓더군요. 한국의 ‘재벌’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고요. 특히 음식점부터 교통체계까지 한국의 여러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잘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맞춰 가는 기분입니다.”

두베 씨는 한국과 인도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서울대-LG 프레스 펠로십’에 참가한 외국 기자가 방한 첫 주말에 제주도를 방문했다. 사진 제공 LG상남언론재단

그는 2년 전 인도를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고대 가야의 수로왕이 인도 아유타 왕국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을 부인으로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프로그램 일정과 별도로 두베 씨는 경남 김해를 찾았다. 그는 “인도에서는 허 황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허 황후의 능 앞에 서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인도 북쪽 비하 지역에 ‘가야(Gaya)’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어요. 또 인도에서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해요. 한국과 발음이 똑같지요. 조부모나 부모에게 절을 드리는 것도 같아요. 이렇듯 인도와 한국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두베 씨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한국에서 자기 나라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베트남 ‘사이공 타임스’의 타이 탄 기자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한국의 배우와 모델, 매니저를 취재했다. 한류 열풍의 뿌리를 보고 싶었다는 그는 “베트남에 돌아가서 한국 연예계 트렌드를 비롯해 배우와 모델의 연예계 진출 등 전반적인 산업동향을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스타’의 에덴 에스토파세 기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필리핀 동포들을 만났다.

“우리 동포들이 인터넷을 통해 모국의 가족 친지와 얼마나 쉽게 연결되고 있는지, 활용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취재했어요.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상당히 높아서 놀랐어요.”

두베 씨를 비롯해 이번 펠로십을 마친 기자는 모두 8명. 필리핀 베트남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왔다. 1997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14개국 62개 언론사의 언론인 90여 명이 참가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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