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에 독립예술은 존재하는가?

  • 입력 2005년 9월 15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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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댄스클럽[동아일보 자료사진]
홍대 앞 댄스클럽[동아일보 자료사진]
독립예술가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서울 홍대 앞.

그곳에는 정말 예술이 살아 숨쉬고 있을까?

▼홍대는 젊은이의 스트레스 분출구▼

지난 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비디오 들고 가본 홍대앞

홍대 앞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들뜬 표정. 그렇다, 이날은 한 달 내내 손꼽아 기다린 ‘클럽데이’다.

티켓 한 장으로 20여개의 댄스클럽과 10여개의 라이브 클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특별 한 날.

매달 금요일 저녁 열리는 클럽데이는 8천 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은 춤을 추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날 홍대 앞은 패션쇼장을 방불케 한다.빨강 노랑 파랑 초록….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쳐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아찔한 노출 의상을 한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클럽데이의 매력은 뭘까.

학생이라 밝힌 김영실(24·여)씨는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댄스클럽을 찾는다”며 “제 또래의 젊은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극적이고 강력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준(23·남)씨는 “클럽데이에 오기 위해 무려 한 달 전 부터 친구들과 계획을 짰다”면서 “댄스클럽은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클럽데이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클럽, 정확하게 말해 댄스클럽이 홍대 앞 문화를 대표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1990년대 초만 해도 홍대 앞은 대안문화들의 창구이자 기자 구실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수 많은 창작인들이 홍대 앞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했다.

이때 유명해진 홍대 앞 클럽은 수 많은 무명 인디밴드들의 공연 장소였다. 지금은 스타가 된 자우림, 크라잉 넛 등이 홍대 앞 클럽 출신이다.

▼예술성 뭍혀버리고 상업성만이 난무▼

라이브음악발전협회대표 김영등씨는 “90년대 후반 등장한 댄스클럽은 2002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홍대 앞 클럽은 인디 예술가들이 자신을 어필하고 자신들의 창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람하는 장소였다”면서 “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클럽은 음악공연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전시, 영화감상, 기타 다양한 장르의 예술 행위들도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클럽의 성격이 지금처럼 바뀐 것은 ‘(클럽이)돈이 되겠다’고 판단한 자본이 홍대 앞에 들어오면서 부터라는게 김씨의 분석.

그는 “댄스클럽이 홍대 앞을 점령한 뒤 이 거리는 단순히 유행을 구경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찾는 공간으로 변질 됐다”며 “ 이같은 변화가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가지고 홍대 문화를 즐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홍대 앞 문화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얼마전 발생한 mbc 음악캠프의 ‘카우치 알몸 노출 사건’때문이었다.

많은 언론에서 앞다퉈 홍대 앞 문화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중 가장 많이 다뤄진 곳이 댄스 클럽. 특히 요즘 최고의 인기라는 부비부비 댄스(남녀 커플이 바짝 붙어서 몸을 비벼대벼 추는 춤)를 비판하는 기사는 대중들에게 홍대 앞 문화가 음란하고 퇴폐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심어주었다.

▼홍대문화 보존하려는 움직임 있어▼

그러나 홍대 앞의 진짜 주인을 자처하는 많은 독립예술가들은 이런 시각에 동의 하지 않는다.

여전히 홍대앞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많은 독립 예술가들은 홍대 앞 문화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인디음악 축제라던지 라이브클럽 페스트 같은 행사가 그것이다.

이같은 행사는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디스트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매년 홍대 인근에서 개최된다.

그중 지난 8월 12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은 가장 대표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음악을 비롯하여 연극, 라이브공연, 미술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기획한다.

행사의 특징은 참여하는 작품들에 대해 심사하거나 제단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 이는 예술가들에게 보다 열린 무대를 제공하고 관객들도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접할수 있게 하는데 의도가 있다 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홍대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체험을 끊이지 않고 같이 일궈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연령대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아주 다양했다.

강석우(56)씨는 “3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이런게 홍대에 있는지 몰랐다” “단편에 대해 너무 확대해석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행사를 관람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홍대에 대하여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버리게됐다고 말했다.

▼자본들과 상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획을 해야▼

“어느 지역이나 무언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다보면 당연히 상업화되기 마련”이라고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말한다.

그는 “홍대앞의 과제는 홍대앞 문화의 메커니즘이나 그 문화적 특성을 잘 관찰해서 자본들과 상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의 자세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카우치 사건의 경우 저널리즘 판매를 위해 과도하게 부풀려서 일시적인 이벤트처럼 정보를 흘려버리고 전혀 책임을 안지고 있다”며 언론이나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유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대학생인턴기자 roott99@hanmail.net

윤태진 동아닷컴 대학생인턴기자 taejin1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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