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이탈리아 ‘세계 캠핑카 축제’ 참가해보니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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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제69회 국제캠핑캐러배닝연맹대회. 달리는 '이동 주택' 캐러밴은 숙식과 이동이 편리해 유럽에서 인기 있는 여가 수단이다. 볼로냐=김재영 기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제69회 국제캠핑캐러배닝연맹대회. 달리는 '이동 주택' 캐러밴은 숙식과 이동이 편리해 유럽에서 인기 있는 여가 수단이다. 볼로냐=김재영 기자
《세계 100만 캠핑카 가족들의 축제 국제캠핑캐러배닝연맹(FICC)대회. 1932년 처음 열린 이 대회에는 매년 유럽 미주 아시아 등

36개국 1만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캐러밴을 타고 각국에서 모여 숙식과 여행을 함께하며 작은 지구촌을 만들어간다. 캐러밴은 침실과 주거 공간 등이 있는 ‘이동 주택’으로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터 캐러밴’과 차량에 연결하는 ‘트레일러 캐러밴’이 있다.

69회인 올해 FICC대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열흘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경기 가평군이 주축이 된 한국 대표단도 참가해 2008년도 대회 유치권을 획득했다.

세계 캠퍼들과 함께한 공동체 생활을 소개한다.》

○ 세계민속축제로 꾸민 입장식

한국캠핑캐러배닝연맹 회원들의 캠핑촌. 국가별 지역별로 군락을 이룬 작은 지구촌에서는 매일 밤 음악회와 음식 축제가 벌어진다. 사진 제공 한국캠핑캐러배닝연맹대회유치단

이탈리아 특유의 푸른 하늘이 담홍색 노을로 적셔진 저녁, 세계 각국의 캠퍼들은 저마다의 민속 의상을 입고 입장식을 가졌다. 네다섯 살의 꼬마부터 80대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민속춤을 추면서 입장했다.

캠퍼들은 의상과 소품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왔다. 입장식은 거창하진 않았지만 볼거리가 다양했다. 마치 스스로 즐기는 게 공동체 생활의 기본 원칙 같았다.

‘북아일랜드팀’은 남녀가 짝을 이뤄 전통 결혼예복을 비롯해 피로연복이나 장례식복을 입고 들어섰다. 스페인의 후안 코르도나(62) 씨 부부는 40년 전 직접 제작한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가요를 부르는 마리아치(소편성악단)들과 함께 등장해 환호를 받았다.

이탈리아팀은 대당 2억 원이 넘는 수제 스포츠카 페라리를 디자인이 크게 바뀐 시기별로 3대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팀은 경기 시흥시 어머니 사물놀이팀과 국악 실내악 프로젝트팀 ‘러닝 코리아’의 공연과 화려한 한복으로 대회 기간 내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 자연과 문명 함께 즐기는 신 유목민

각국의 캠핑족들이 나눠주는 기념품을 챙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프랑스에서 온 신디 쿠망(15) 양도 20여 참가국의 미니 국기를 모았다며 자랑했다. 쿠망 양은 친구 소피 렐르(14) 양의 가족과 함께 1주일 전 프랑스를 떠나 1000km를 여행했다.

렐르 양은 “아침이면 자명종 소리가 아닌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고, 아빠와 수영도 하고 차에 싣고온 자전거로 하이킹도 간다”며 “한곳에서만 묵지 않고 2, 3일에 한 번씩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캐러밴을 타고 이동하면서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만나는 게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영국에서 1440km를 달려왔다는 다이안 샤프 씨는 캠프장에서 58번째 생일을 맞았다. 샤프 씨의 생일 이벤트는 영국 캠퍼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반주와 각국 캠퍼들의 축하 노래 등 ‘국제 행사’로 치러졌다.

샤프 씨는 “이제껏 했던 생일 파티 중 최고”라며 “남편이 이탈리아 베로나 시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 관람권도 생일 선물로 줬다”며 자랑했다.

유럽에는 캐러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3만여 곳이다. 주차와 텐트, 바비큐 파티 공간이 제공되고 전기 배선도 설치돼 있다. 캠프장 곳곳에 공동 취수실과 샤워실, 화장실이 있으며 개별 수도 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

캐러밴은 대당 2억 원 정도이지만 중산층 은퇴자들이 구입해 대물림하는 추세다. 1∼3개월의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들에게는 오히려 캐러밴 여행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루 빌리는 데에는 10만∼30만 원 선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 밤마다 이어지는 문화 축제

대회 첫날, 국가 또는 지역별로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민속의상을 입고 입장식 퍼레이드를 하며 ‘지구촌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사진 제공 FICC

밤에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무리를 이룬 캐러밴들 사이에서 축제가 이어졌다. 캠프 파이어와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 캠퍼들과 어우러지는 것.

파울루 구스타브(63·포르투갈) 씨는 “캠프장은 밤마다 ‘국제 가정식 뷔페’ 식당으로 변한다”며 “조리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각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견문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캠프를 찾아 “얼씨구, 조오타”를 연발한 오일리히 윌센(43·노르웨이) 씨는 소주를 맛보기 위해 매일밤 들렀다. 그는 “각국 사람들이 가져온 술을 맛보면 민족성도 알 수 있다”며 “한국인은 화끈하고 깔끔한 성격일 것”이라고 평했다.

각국 캠퍼들로 구성된 연주단의 공연도 밤마다 펼쳐진다. 왈츠 탱고 판소리 등 각국 민속 음악에 맞춰 모두가 어우러지는 ‘집단가무 파티’도 이어진다. 공연팀은 대부분 아마추어들이지만 유럽 공연단 중에는 프로급도 있다.

한편 캠프장에는 ‘블랙리스트’가 나돌기도 한다. 낮에는 차에서 잠만 자는 사람, 무전 취식자, 밤마다 술에 취해 노는 이들이 그 대상이다. 특별한 제재는 없으나 올바른 캠프 문화 정착을 위해 식음료 무상 제공을 적절히 자제하라는 의미다.

○ 2008년 세계대회는 가평에서 열려

경기 가평군청은 이번 대회에서 2008년도 세계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회원국 대표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3년 뒤 개최지를 정한다. 가평군은 4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가평읍 자라섬 등 45만 평에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핑 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공동 취수장과 샤워 시설을 비롯해 청평 호반을 중심으로 한 수상레포츠 시설과 들꽃이 군락을 이룬 야생화 공원, 야외 공연장을 마련한다. 양재수 가평군수는 “환경 보전과 관광 자원의 개발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데다 국제 문화 체험장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세계대회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볼로냐=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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