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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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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국자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패자는 안타까운 반집패의 아픔을 삭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승자는 패자의 기분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흑이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조금씩 물러서다가 막판에 역전당한 승부여서 침묵의 순간이 평소보다 길었다.
이윽고 두 대국자는 복기에 들어갔다. 유 9단은 흑 183을 지적한다. 유 9단으로선 이 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였던 모양이다.
바둑계에선 이런 바둑을 보고 ‘귀신에 홀렸다’고 한다. 흑은 초반 우하 귀에서 백 일단을 잡으며 성공을 거뒀고 이 우세는 대국 막바지까지 이어졌다. 그 와중에 어느 한 수만 제대로 뒀어도 지는 일은 없었다. 유 9단이 후회한 대로 흑 183에 앞서 184의 곳을 먼저 선수하는 쉬운 수를 놓친 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하지만 아까운 승부가 어디 한두 번뿐이었나.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다.
225…122, 253·261·267·273·279·285·290…241, 258·264·270·276·282·288…250. 소비시간 백 3시간 25분, 흑 3시간 57분. 서울 한국기원 일반대국실. 290수 끝 백 반집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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