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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4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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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건너가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 배수아 씨의 장편소설. 얼개를 갖춰야 하는 소설과 글들이 분방하게 너울거리는 에세이 사이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자리 잡은 소설이다. 작가인 ‘나’는 독일서 서울로 건너온 T와 만나 이야기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이런 질문에 한번도 매달려 보지 않은 이가 바로 ‘당나귀들’이다. 가난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지적으로는 천박한 부류들을 가리키는 뜻으로 ‘내’가 쓰고 있는 말이다.
이 소설 속에는 집시 노래인 ‘안녕, 내 예쁜이’가 나온다. “어떻게 살 것인지” 하는 내 고민에 대한 응답 같은 시다. “안녕, 너, 예쁜이/흰 말 등에 올라타고 어서 달려와/여기 숲 속에서 내가 널 기다리고 있으니/(중략)/내 몸으로는 침대를/내 어깨로는 베개를 만들면서/(중략)/네가 오지 않는다면/빵 속에 숨겨둔 칼을 꺼내/(중략)/네 가슴 깊숙이 찌를 거야.” ‘나’는 이 시의 ‘예쁜이’는 ‘인생’이라고 본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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