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한국에 온 명사들의 식사

  • 입력 2005년 4월 14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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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은 성격과 취향을 반영한다.

먹는 음식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명사(名士)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그들이 자주 머무는 서울신라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 조리팀이 이를 일부 공개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성격과 속내를 들여다봤다.

글=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빌 클린턴과 한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식성이 좋고, 가리는 음식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월말 자서전 홍보를 위해 내한했을 때 서울신라호텔 측이 룸에 뷔페를 차려 주자 초밥과 와인, 콜라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양껏 먹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연회요리로 나온 구절판 신선로 갈비구이 비빔밥 조개콩나물국 등 한식을 좋아했는데, 맛을 내는 방법과 음식 그릇에 대해 자세하게 물으면서 관심을 표시했다. 보쌈김치를 좋아해 외부 장식용 김치도 남김없이 먹었다. 그가 가장 칭찬한 요리는 비빔밥. 냉이 유채 달래 취나물 등 제철 봄나물이 다양하게 들어갔다. 서양인들은 매운 고추장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는 고추장을 풍부하게 넣고 비벼 맛있게 먹었다.

▽간단 레시피=비빔밥에는 제철나물과 풋마늘, 버섯, 도라지 등 야채를 다양하게 넣는다. 콩나물국으로도 충분히 시원하지만 조개로 국물을 내면 풍미가 더하다.

○베르나르 아르노와 푸아그라·트뤼프·캐비아

LVMH 그룹은 루이비통 디오르 펜디 셀린느 등 고급 브랜드를 여럿 거느린 세계 최대의 ‘명품 제국.’ 이런 그룹의 총수답게 아르노 회장의 입맛도 최상급이다. 그가 방한 때마다 찾는 신라호텔에서 자주 먹는 음식은 ‘서양요리의 3대 진미’로 불리는 푸아그라(거위간) 트뤼프(송로버섯) 캐비아(상어알). 이들 요리를 한 접시에 내는 레스토랑은 없지만 한꺼번에 먹을 경우 조금씩만 담아도 접시당 수십만 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호텔의 양식당 ‘콘티넨탈’ 조리팀은 그의 음식 취향을 “미식가이자 소식가”라고 설명했다. 많은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기보다 맛있는 요리를 조금씩 즐기는 것. ▽간단 레시피=푸아그라는 소금 후추 설탕을 발라 굽고 뜨거울 때 레드와인 비니거를 살짝 끼얹은 뒤 낸다. 브리오슈 빵에 버터를 바르고 오븐에서 구워내 푸아그라와 함께 먹는다. 푸아그라 위에 새싹 샐러드를 올려놓고 허브 소스를 뿌린 다음 얇게 자른 트뤼프를 올린다. 캐비아를 올린 블리니(작고 얇은 팬케이크의 일종)를 함께 낸다. 올리브를 곁들여도 좋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오징어·야채튀김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아르마니 수트’처럼 아르마니는 담백하고 심플한 음식을 선호한다. 허브나 치즈같이 맛과 냄새가 강한 재료는 피하고, 소스도 토마토 소스로 해달라고 사전주문했다는 것. 4월 초 서울을 다녀간 그는 일정 도중 그릇의 색깔이나 서비스맨들의 옷차림까지 세세하게 규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릇의 색깔은 점심은 흰색, 저녁은 검은색 △서비스맨들은 흰색 차이니즈칼라 재킷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를 것 △안내 요원들은 아르마니풍의 수트를 입을 것 등이다. 웨스틴조선호텔 이탈리아 식당 ‘베키아 앤 누보’ 조리팀이 내놓은 메뉴 가운데 아르마니가 선택해 먹은 것은 △오징어·야채 튀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한우 안심 스테이크 △과일. 먹지 않는 가니시(음식에 장식을 위해 곁들이는 야채)는 아예 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간단 레시피=채를 썬 야채와 올리브 오일에 하루 정도 재워 둔 오징어를 밀가루에 반죽해 튀겨내면 튀김요리는 끝. 토마토 소스와 상큼한 라임을 곁들인다. 토마토 소스는 홀토마토와 마늘, 오일을 넣어 끓이면 된다. 스테이크에는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육즙에 와인을 졸여 만든 소스를 곁들이면 맛있다.

○저우싱츠와 탄탄면

올해 초 영화 ‘쿵푸 허슬’ 홍보를 위해 내한한 저우싱츠는 느닷없이 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에 나타나 식사를 하고 갔다. 그가 고른 메뉴는 샤크스핀 찜과 탄탄면. 탄탄면은 진한 국물과 향이 독특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먹을수록 더 찾게 된다는 쓰촨식 국수. 한국에서는 찾는 사람이 적지만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다.

샤크스핀 찜에 대해서는 “홍콩보다 못한 것 같다”고 평가해, 조리팀은 “홍콩은 건조한 샤크스핀을 쓰지만 한국에서는 냉동된 것 밖에 수입되지 않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탄면에 대해서는 “아주 훌륭하다”며 흡족해 했다고. 탄탄면 가격은 1만7000원에 세금 봉사료가 붙는다.

▽간단 레시피=탄탄면은 국물이 핵심. 닭고기를 우려낸 물에 참깨 간 것과 땅콩잼, 호두 간 것을 넣어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난다. 관자 찐 것을 넣어 씹는 맛도 좋다. 먹기 전 고추기름을 뿌리고 고수를 얹으면 톡쏘는 냄새와 매운 맛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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