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오디션 갈등’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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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을 영입해 서울시 교향악단(이하 시향)을 10년 내에 세계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출발 단계에서 삐긋하고 있다. 시향 업그레이드의 첫 수순으로 서울시가 발표한 악단원 전면 신규채용 오디션 방침에 대해 단원들이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

시향 단원들이 소속된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 지부는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의 시향단원 전면 오디션 계획은 시향 단원들을 정리해고한 뒤 기존의 서울시향을 해체하고 그 이름만 도용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존 단원의 고용보장방안과 시향 재단법인화 과정의 노사합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예정된 연주회 참여 거부 등 가능한 모든 투쟁 방안을 단원들과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시향 재단법인화 안에 따르면 단원 전원이 1∼3년 계약직으로 상시 해고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런 불안정한 신분으로 악단의 세계수준으로의 도약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2일 정명훈 씨의 시향 음악감독(2006년 이후, 2005년 말까지는 음악고문) 취임을 발표한 데 이어 24일 수석 부수석 단원을 포함해 악단 거의 전원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공고를 냈다. 서울시는 4월 중 오디션을 실시한 뒤 서울시향을 재단법인 형태로 재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는 서울시가 정씨 영입을 교섭하는 과정에서 ‘세계 정상급을 논할 만한 수준으로 서울시향을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일부 단원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양자가 합의한 결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음악계 인사는 “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사이먼 래틀이 1980년 25세의 나이로 영국 버밍엄 시 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취임했을 때도 전면 오디션을 통해 단원 60%를 교체함으로써 악단의 기량을 강화했다”며 세계수준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문화과의 관계자는 “기존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오디션 자격이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만큼 정리해고용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KBS교향악단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악단들이 악단원 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기량 향상은 도외시한 채 ‘종신 고용’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라며 노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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