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입력 2005년 3월 25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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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출토된 여인 나상은 다산을 상징한다. 이를 본뜬 조각상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아이. 이 아이의 또래가 성인이 될 무렵인 2018년 한국은 계속된 출산율 저하로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출토된 여인 나상은 다산을 상징한다. 이를 본뜬 조각상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아이. 이 아이의 또래가 성인이 될 무렵인 2018년 한국은 계속된 출산율 저하로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최재천 지음/176쪽·5000원·삼성경제연구소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7%를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가 된 것이다. 2018년에는 14%를 넘는다. 18년 만에 ‘고령 사회’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115년 걸린 일이다. 미국은 72년 걸려 2014년에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40년, 일본은 24년 걸렸다. 급속 성장한 나라가 늙는 데도 속력을 내고 있는 것이다.

2020년이 되면 한국에선 65세 이상이 15세 미만보다 많아진다. 노인 부양 부담률이 20%,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그때쯤 노인복지세로 줄어든 봉급을 받아 들고 허탈해 할 것이다.

이런 이유는 평균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출산율의 급속 저하다. 한국의 평균수명은 2005년 기준 77.9세, 출산율은 2002년 기준 세계 최저인 1.17명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젊은 층의 감소는 인구 추세의 완전한 역전이자, 전혀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생물학자로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35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스스로 출산율을 낮추는 생물은 일찍이 없었다”고 쓰고 있다. 이런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대에서는 ‘이모작의 인생’을 살려고 하고, 이런 개인 노력을 사회제도가 뒷받침하게 하자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에 있다. 글쓴이는 여성 가임기가 거의 끝나는 나이 50을 기점으로 인생을 1, 2기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번식기’와 ‘번식후기’다. 69세에 딸을 얻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이는 예외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도 50세를 넘긴 이부터 가입원서를 받는다.

글쓴이는 자식을 낳고 기르는 ‘번식기’의 세대들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보수도 높고, 좋은 양육 조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34세 이하 한국 근로자의 생산성과 임금을 1이라 놓는다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생산성은 0.6, 그러나 임금은 오히려 3.04다. 임금 피크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현재의 교육부 판단과 달리 늘어난 대학 문을 닫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한다.

“두 번째 인생을 살려는 중년 학생들을 위해 대학은 어쩌면 더 늘어나야 한다. 현재 중고교 교육처럼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기계적 반복학습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초-중고-대학 기간을 현재의 6-6-4보다 5-5-5제로 하는 게 낫다.”

전문화된 공부를 할 대학 수학 기간을 1년 늘리자는 것이다.

미국 노인학협회 존 헨드릭스 회장은 “한국의 고령화 현상은 거의 혁명적”이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혁명적 상황에선 혁명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컴퓨터 엔지니어 로버트 베머 씨는 1999년 한 해 내내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이른바 ‘Y2K’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이다. “지내고 나니 별것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겁을 줬나” 하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있었고, 진지하게 대비했기 때문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글을 쓴 최 교수는 “베머가 되기를 자처한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대비하며 지켜볼 일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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