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샌들린 올리비에/편하게 대해야 ‘진짜 친구’ 돼요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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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여행을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곳에서 먹는 음식, 걸어가는 행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길….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사진 속에 담고픈 장면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행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친구를 사귀는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여행을 좋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한국인만큼 친절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2003년 봄 한국에 온 뒤 남편은 종일 일로 바빴다.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내게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바쁘게 지낼 뭔가가 필요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홍보(PR) 부문을 살려 홍보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일을 돕기로 했다.

직원들은 밝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알고 지내는 한 외국인 친구가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소외되기 싶고, 조직 분위기도 매우 보수적이고 수직적이라고 조언해 사실 걱정을 많이 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점점 더 한국을 좋아하게 됐지만 외국인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대우가 나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나친 친절과 배려가 그냥 편안하게 대해 주었으면 하는 ‘배부른 투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점점 사이가 가까워지는 듯하다가도 그들과 나는 항상 친절한 한국인과 ‘Thank you’ 하는 외국인의 관계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의 친절과 정이 고맙고 한국에 사는 이 순간이 행복하지만 때론 정겹게 ‘인마!’ 하고 부르는 막역한 친구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다행히도 나는 벽이 느껴지지 않는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녀는 내게 너무 솔직하고 내 의견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그 부분을 지적해 준다. 한국의 좋은 곳, 좋은 음식만 소개해 주는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장소나 음식도 보여 주고 경험하게 해 준다. 나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아 언제든지 그녀의 집에 놀러 갈 수도 있다. 내가 그녀의 집에서 혼자 놀아도 크게 개의치 않기 때문에 나도 그녀에게 지나치게 미안하거나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냥 진짜 편한 친구 사이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그냥 편하게 그 사람을 대하기를 권한다. 그 외국인 친구는 친절한 당신을 분명히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하듯이, 그들에게도 똑같이 대하면 당신과 그는 ‘진짜 친구’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문화를 고려해 주기보다 오히려 한국인과 똑같이 대할 때 그들이 한국 문화에 더 빨리 적응하지 않을까.

샌들린 올리비에 주부

▼약력▼

1975년 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에서 자랐으며 런던스쿨에서 홍보(PR) 부문을 전공했다. 유럽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서 PR 매니저 연극배우 발레리나 등으로 일하는 등 다재다능하고 도전적이다. 현재 호텔에서 근무하는 영국인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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