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봄빛 물든 남도 3色투어

  • 입력 2005년 3월 24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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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의 차 밭에서 바라본 월출산. 1600년전 왕인 박사에게 백제인의 기상과 지혜를 심어준 월출산에는 봄의 온기가 나즈막하게 퍼지고 있다.
전남 영암군의 차 밭에서 바라본 월출산. 1600년전 왕인 박사에게 백제인의 기상과 지혜를 심어준 월출산에는 봄의 온기가 나즈막하게 퍼지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대화에서 진실이 빠지거나 아집만 남는다면 그것은 왜곡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 시네마(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로 촉발된 독도 파문이 그렇다. 어느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멀고도 먼 나라'가 됐다.

역사는 우리 국토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곳곳에는 과거 동아시아 교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런 역사를 좇다 보면 교류의 중심에 있던 우리 국토에 새삼 애정이 샘솟는다.

전남 서남해안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봄나들이 길로 소개할 만하다.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왕인문화축제'가 열리는 전남 영암군에서는 5세기경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파한 백제 왕인(王仁)박사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인근에는 통일신라 때 해상왕 장보고가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무역로를 장악하고 그 본거지로 삼았던 청해진(완도군)과 백제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영광군 법성포도 있다.

마침 이곳에는 TV 드라마 '해신(海神)'과 영화 '마파도'의 촬영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새롭게 각광받는 명소가 됐다.》

○ 왕인 박사 일본 가오

‘남한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월출산(月出山·809m)을 품고 있는 영암군. 왕인 박사 유적지(군서면 동구림리) 일대는 요즘 왕인문화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다음 달 2일이면 유적지 안에 있는 왕인공원 주무대를 시작으로 ‘왕인 박사 일본 가오’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왕인 박사가 일본에 선진 학문을 가르치러 떠나는 과정을 축제로 꾸민 것. 이 행렬은 왕인 박사가 떠나면서 아쉬운 마음에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는 돌정고개를 지나 상대포까지 진행된다. 총 2.4km 구간에 행렬 참가자만 200명이나 된다.

이 행사는 특산물이 중심이 되는 일반 축제들과 달리, 보기 드문 역사문화축제. 지난해에는 100만여 명이 축제를 관람했다. 그중 일본인 관광객도 3000여 명이나 됐다.

하지만 올해는 독도 파문이 확산되면서 축제 준비팀의 마음은 좀 복잡하다. 한일 관계가 악화돼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주한 일본 대사의 방문도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한일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국내 관광객이 좀 더 많이 찾아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영암군청 축제팀 이재오 씨는 “양국 역사의 뿌리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영암군 일대에서 곧 벚꽃이 개화되듯이 두 나라 관계도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봄이 한창인 왕인 박사 유적지에는 벌써부터 가족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잦다. 20일 현장에서 만난 박제연(36·전남 목포시 하당동) 씨는 “일본에 우리의 우수한 학문과 문화를 전파한 왕인 박사를 통해 한일 간의 역사를 알게 됐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 함께 유적지를 찾았다”고 말했다.

▼역사유적지 ‘영암’▼

○ 일본인이 존경하는 ‘학문의 신’

이 행사는 1997년 ‘군서벚꽃축제’에서 ‘왕인문화축제’로 탈바꿈하면서 일본인의 관심이 크게 몰리기 시작했다. 축제 중 열리는 ‘왕인춘향대제(왕인 제사)’에는 왕인 묘지가 있는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枚方) 시장도 매년 참석한다.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에게 더 존경받는다는 왕인 박사.

그는 7세기경 일본 나라(奈良) 분지 남쪽 아스카(飛鳥) 지방을 중심으로 꽃피운 아스카 문화의 원조가 됐으며 지금도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히라카타 시에 있는 그의 묘지는 1938년 사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역사는 그에 관한 일화를 이렇게 전한다.

일본과 우호관계를 맺은 백제 아신(阿莘)왕은 일본 오진(應神)왕의 요청에 따라 학자 아직기(阿直岐)를 파견한다. 일왕은 아직기가 학식이 뛰어난 것을 알고 태자의 스승으로 삼은 뒤 ‘백제에 그대보다 뛰어난 이가 또 있는가’고 묻는다.

아직기가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추천한 이가 바로 왕인이다. 405년 왕명을 받은 오경박사(五經博士) 왕인은 천자문과 논어 10권을 직접 필사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왕인은 당시 도공과 기와공 등 여러 기술자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고 이는 일본에는 문화, 사회사적 사건이었다. 일본은 왕인 일행을 통해 유교는 물론 불교 천문 직조 수리 등 선진 문물을 흡수하게 됐으며 아스카 문화를 일으키게 된다.

○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

1600년전 천자문과 논어를 전파해 일본에서 더 존경받고 있는 백제 왕인 박사를 기념하는 '왕인 박사 일본 가오' 퍼레이드. 2003년 행사의 모습. 사진제공 영암군청

왕인 박사 유적지에는 위패와 영정이 있는 왕인 사당, 왕인이 샘물을 마셨다는 성천(聖泉)이 있다. 이 샘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면 성인을 낳는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왕인 탄생지로 알려져 있는 성기동(聖基洞)에는 주춧돌이 남아 있다.

일본에 학문을 전파한 왕인의 상징성을 살린 유적지의 천자문 계단은 모두 250계단으로 돼 있다. 한 칸에 4자씩 천자문을 외우면서 왕인의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왕인문화축제 때에는 관광객의 한자 실력을 테스트해 보는 ‘도전! 천자문 250계단’ 행사도 여기서 열린다.

유적지 밖으로 나와 작은 길로 접어들면 사람의 손때가 비교적 덜 묻은 왕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20분 정도 걸으면 지침바위(紙砧岩)가 나온다. 지침바위는 왕인이 닥나무를 채취해 바위에 찧어 종이를 만들었다는 곳이다.

‘왕사천년적 유여지침암(王師千年跡 猶有紙砧岩·왕인스승 천년 발자취에 지침바위만 그래도 남았네.’

후학들이 남긴 표지에는 왕인에 대한 아쉬움과 존경심이 담겨 있다. 조금 올라가면 왕인이 공부하던 문산재(文山齋)와 왕인 석상에 이어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틈 사이로 들어가면 왕인이 책을 쌓아두고 공부에 열중했다는 5평 남짓의 책굴(冊窟)이 나온다.

근처에 있는 상대포(上臺浦)는 왕인이 고국을 떠난 포구. 일제 강점기에 간척 사업을 해 논과 밭으로 바뀐 상태. 지금은 왕인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정자와 연못이 그 흔적을 말해 주고 있다.

일본 고대 문화의 주역이었던 그는 요즘 두 나라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월출산 쪽에서 달려온 해가 노을을 만들면서 상대포를 물끄러미 비춘다.

○ 월출산의 봄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월출산. 사진제공 영암군청

축제를 봤다면 왕인에게 백제인의 기상을 심어 준 월출산을 찾아보자.

산은 높지 않지만 우뚝하고 장대하다. 사방 100리에 큰 산이 없어 더욱 그렇다. 월출산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은 구림마을에서 보면 달이 이 산에서 생겨나 떠오르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월출산은 그림으로 치면 영암의 배경이다. 이 맏형처럼 ‘든든한’ 산을 뒷 그림으로 보리밭의 파란색과 농부가 갈아놓은 땅의 황토빛이 차례로 교차하며 미묘한 색의 하모니를 이룬다.

천황사지에서 출발해 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도갑사에 이르는 월출산의 가장 긴 종주 코스는 6시간이 걸린다. 지상 120m의 높이에 길이 52m의 구름다리는 본격적인 산행의 출발점이다. 고개를 들면 깎아지른 듯한 매봉이 코앞으로 다가서고 발밑은 아득하다.

‘월출산에 달이 뜨면

눈물 같은 달이 뜨면

달빛 물든 나뭇가지

휘청이겠네

…’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유인순 교수(강원대 국어교육과)의 시 ‘월출산에 달이 뜨면’의 한 구절이다. “월출산은 다양한 모습의 바위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재미있는 산”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월출산을 찾는 마지막 즐거움은 산행 끝에 만나는 도갑사(道岬寺)일지 모른다. 길이 4m, 폭 1m가 넘는 석조의 약수는 지친 육신의 갈증을 말끔하게 가라앉힌다. 경내를 한바퀴 휘휘 돌고 나면 절 입구에 ‘해탈문’(解脫門·국보 50호)이 나온다. 정상을 정복했다는 나그네의 오만도 잠깐이다. 해탈문 앞에 서면 한줌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 드라이브 코스&먹을거리

영암은 ‘100리 벚꽃길’이 볼만하다. 축제 기간 중 영암읍에서 삼호읍 용당까지 좌우로 늘어선 벚꽃들이 일제히 보란 듯 꽃을 피운다. 특히 독천에서 영암읍으로 이어지는 819번 지방도가 하이라이트다. 벚꽃길의 특징은 꽃구경을 하면서 역사가 있는 유적지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왕인박사 유적지, 구림마을, 도갑사, 문산재 등이 벚꽃길과 가깝게 있다.

819번 지방도를 타다 동호 방면에서 801번 지방도를 선택하면 낙조(落照)를 볼 수 있다. 간척지와 차밭 드라이브도 가능하다. 대불대학교에서 우회전하면 문수포까지 영산호와 간척지, 철새 도래지를 함께 볼 수 있다.

먹을거리는 낙지 전문점 20여 개가 몰려 있는 독천 낙지거리가 유명하다. 소갈비에 낙지를 넣어 끓인 ‘갈낙탕’ 등 다양한 낙지 요리에 20여 가지 젓갈이 반찬으로 올라온다.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350

영암=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해신촬영지 ‘완도’▼

‘해상왕’ 장보고(790∼846). 학창시절 역사교과서의 한 귀퉁이에 짤막하게 등장했던 이 인물에게 당시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 과연 얼마나 됐을까. 통일신라 때 청해진(완도)을 중심으로 해상세력을 이뤄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무역로를 장악했다는 단편적인 사실 외에는 별로 아는 것도, 또 알리려는 노력도 없었던 그런 인물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최근 ‘해신’이라는 드라마(KBS2TV 수·목요일 방영)를 통해 1000년 세월을 넘어 불쑥 우리 앞에 다가왔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대부분은 장보고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당시 청해진을 중심으로 우리 바다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독도를 넘보고 조선 침략을 미화하는 일본의 역사왜곡이 극에 달한 이즈음에 관심이 가는 시의성 있는 역사물이다.

그런데 중반 이후에도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이 드라마의 인기와 관심이 전남 완도로 이어져 완도주민들이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완도에 마련된 드라마 오픈세트(2곳)가 최근 여행객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관광버스로 오픈세트장을 찾는 전국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트장이 있는 곳은 내륙의 불목리(군외면)와 바닷가인 소쇄포(완도읍 대신리). 불목리의 ‘신라방’은 드라마 전반기에 등장한 중국 땅의 신라인 거주지역이고 소쇄포의 ‘청해진 포구마을’은 장보고의 어린 시절, 바다와 해적, 그리고 장보고 해상왕국 무대다. 여기서는 월·화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녹화가 진행되는데 운이 좋으면 촬영이 잠시 쉬는 틈에 들어가 둘러보거나 최수종 채시라 등 출연자도 볼 수 있다. 오픈세트장의 정식 개장은 드라마 종영(5월 예정) 후.

중국의 신라인 거주지인 ‘신라방’을 촬영했던 오픈세트장. 설평과 이도형의 상관과 자미부인의 거처, 저자거리가 있다. 조성하 기자
신라방은 완도의 산세를 주름잡는 다섯 봉 가운데 하나인 숙승봉의 돌출바위 산정 아래 계곡(원불교 완도청소년훈련원)에 있다. 설평과 이도형 상단이 머물던 집과 상가, 정화여각 등 42채의 당나라풍 건물이 수로를 중심으로 양편에 늘어섰고 수로에는 배도 띄워졌다.

산기슭 아래의 초승달형 해안에 들어선 청해진 포구마을은 규모가 신라방보다 훨씬 크다. 앞바다에는 설평의 무역선 등 여섯 척의 당시 배가 다도해 섬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떠 있고 포구 주변에는 장보고의 해상왕궁이 골목골목을 이루며 들어선 수십 채의 초가로 마을을 이룬다. 주차장에서 바다를 향해 내려다보이는 이 포구마을 오픈세트장은 진짜 옛 마을처럼 보일만큼 사실적이다.

포구에는 선착장도 있고 모래해변도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설평 무역선이 있는 선착장으로 나가면 해안을 감싸 안은 듯한 포구마을의 오픈세트장이 물 건너로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호수처럼 잔잔한 다도해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저녁 해와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두 오픈세트장은 실제 건물에 거의 가깝게 정교하게 지은 것이 특징. 눈가림식의 날림 건물이 주축을 이룬 다른 드라마 오픈세트장에서처럼 실망과 허탈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뭇사람을 반도의 구석진 섬 완도까지 끌어당기는 드라마 해신의 흡인력이 시의성 있는 줄거리와 사실적인 오픈세트장 덕만은 아닐 것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등 역사에 존재하는 세계인 장보고가 한중일 3국의 무역로를 망라하는 해상왕국을 이뤄낸 청해진 유적지가 이 완도에 실재한다는 ‘사실’이 그 힘의 원천이다.

청해진 유적이 발견된 곳은 ‘장도’라는 무인도. 온 섬을 한 바퀴 산책해도 30분이면 족할 만큼 작다. 이곳은 1991년부터 총 11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우물과 토성 그리고 섬 해안을 동그랗게 둘러싸며 박혀 있는 목책이 당시의 것으로 판명되면서 청해진 본영으로 추정됐다. 이후 섬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유적복원 사업이 진행돼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 답사도 가능하다. 1만 명에 달했다고 전해지는 청해진 군사는 주로 한뜰(완도)에 주둔하고 이곳은 본영과 해상망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도는 100m 거리의 해안가 마을 장좌리와는 썰물 때 모래톱으로 이어져 걸어서 건널 수 있다.완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드라마에서 청해포구로 등장하는 소쇄포 오픈세트장. 초생달형의 해안에 옛 신라건물이 큰 마을을 이루고 그 뒤로 해상왕국의 건물이 들어섰다. 조성하 기자

◇찾아가기=서해안고속도로∼목포∼국도 2호선∼성전∼국도 13호선∼해남∼완도연륙교. 완도에 들어서면 이정표가 잘 설치돼 어디든 찾아가기 쉽다. 오픈세트장의 입장료 및 주차료는 드라마 종영 시까지 무료.

◇들를 곳 △완도수목원=다양한 동백꽃 등 난대림 수목이 울창한 곳. 숲길로 전망대에 오르면 멋진 경치가 기다린다. 무료. 061-552-1544 △어촌민속전시관=섬의 비경과 해산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유료. 061-550-5558 △씨월드관광호텔=바다와 섬이 내려다 보이는 객실과 해수탕(5000원)을 갖춘 바닷가 호텔. 해수탕은 만조 때 물에 잠겨 탕 안의 유리창을 통해 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061-554-0225

◇ 맛 집 △산해진미식당(주인 박수자)=갯마을에서 나는 해산물과 채소밭의 야채로 안주인이 직접 부엌에서 차려낸 남도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정식(6000원)과 새콤한 식초 맛이 일품인 낚지회 비빔밥(1만 원)이 많이 찾는 음식. 정식 상에는 매운탕을, 낙지회 비빔밥에는 매운탕을 뺀 정식 상을 함께 낸다. 간재미 등 제철 생선도 맛볼 수 있는 향토식당. 완도연륙교 앞. 061-552-5466

▼마파도 촬영지 ‘영광’▼

화려하지는 않아도 아기자기한 맛이 넘치는 영광 지역. 영화 '마파도' 촬영장을 중심으로 법성포, 불갑사, 송이도 해수욕장 등이 오밀 조밀 모여 있다. 세트장 내 회장댁 대청에서 바라보는 칠산 바다 석양은 영광 여행의 백미다. 강병기 기자

오∼지게 빡센 섬, 마·파·도.

영화에서는 그림 같은 노을과 저녁 바다가 풍경화처럼 펼쳐진 섬이지만 마파도란 섬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섬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 곳은 내륙 해안인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

15가구만이 사는 이 작은 해안 동네가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물어 물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다섯 과부 할머니 집과 창고, 우물 등 세트장은 다소 소박하지만 불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법성포나 불갑사,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숨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마파도’와 영광지역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 마파도(동백마을) 세트장

동백 마을은 약 19km 길이의 백수해안일주도로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이어진 백수해안일주도로도 즐겨 찾는 관광코스. 특히 해당화가 주변에 지천으로 펼쳐져 있어 푸른 바다와 함께 절경을 자아낸다.

마을에는 다섯 할머니의 집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겉으로만 보면 다른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할머니 집 대청에 앉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안 바다 풍경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회장댁(여운계)과 진안댁(김수미) 집 대청이 명당자리.

여수댁(김을동)집 대청에 앉으면 주인공 이문식이 영화 속에서 쌓다가 무너뜨린 돌담이 무너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마산댁(김형자)이 등목 중에 이정진의 ‘거시기’를 보고 좋아하는 회장댁 수돗가도 잘 보존돼 있다.

마을 뒤로 높은 산이 동네를 품고 있어 육지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섬’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15가구뿐인 이 동네에는 실제로 과부 13명이 살고 있으며 동네 노인정도 ‘동백마을 여자노인정’이다.

이문식이 끝순이를 찾는 동굴은 세트장 근처 ‘석구미’라 불리는 곳의 작은 동굴. 단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선착장과 이문식이 벌에 쏘이는 장면은 인근 소각이도와 대각이도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넓게 펼쳐진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대마밭 장면은 경기 연천군 통일전망대 부근에 있는 율무밭에서 따로 촬영했다.

○ 역사와 절경이 함께 있는 곳

영광지역은 관광지로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 눈에 ‘확’ 띄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작고 아기자기한 맛이 넘친다. 다른 유명관광지에 비해 사람이 적어 호젓한 여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불갑면에 위치한 불갑사는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절이라고 전해진다. 마라난타가 당도한 곳이 근처 법성포이고 가장 가깝고 신령스러운 산인 모악산(지금의 불갑산)에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불갑사-원불교 영산성지-소태산 박중빈 생가-보은강 연꽃 방죽 등을 돌다 보면 백제와 불교문화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송이도해수욕장은 둥근 돌들이 길이 3km의 해안에 가득한 전국 유일의 조약돌 해수욕장이다. 또 송이도와 인근 대각이도 사이 약 4km 구간은 연간 200여 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신기한 자연현상이 일어나 자연생태학습장으로도 좋다.

법성에서 홍농으로 넘어가는 산허리에는 일명 ‘숲쟁이’라 불리는 인공 숲이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주로 10년에서 300년 된 느티나무로 꾸며진 이 동산은 조선 중종 때 인근 법성진성을 축조할 때 심어졌다고 전해 오며 바로 옆에 꽃동산도 만들어져 있다.

영광 관광의 묘미는 호젓함과 함께 기대하지 않은 절경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 백수해안도로, 백로와 갈매기가 수를 놓는 칠산도, 모래미해수욕장 내 유일한 카페인 모래미리조트에서 보는 밤바다 등 아기자기한 맛이 차고 넘친다.

○ 한 상 가득한 굴비 백반

전라도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법성항에 가면 반드시 20∼30가지 반찬이 따라 나오는 굴비백반을 먹어봐야 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영광굴비의 본고장이 바로 법성항. 특히 4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법성항 앞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는 알을 배고 있어 가장 맛이 좋다.

조개의 일종인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도 이 지역 별미. 4, 5월에 많이 나는 백합은 탕, 죽, 구이, 회, 찜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는데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 또 담석증과 간 질환에 좋고 철분과 핵산이 많아 노화 방지에도 좋다.

식도락의 취미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5, 6월이 제철인 덕자찜을 먹어보자. 덕자는 남해안에서만 잡히는 병어처럼 생긴 큰 생선의 토속 이름. 여기에 밤, 대추 등과 갖은 양념을 뿌려 쪄낸 덕자찜은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이밖에 고급 요리 재료인 보리새우(6, 7월)와 대하(여름), 칠산 앞바다의 꽃게(6월경), 설도젓갈 등 철 마다 입맛을 돋워 줄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 찾아가는 길

기차역은 광주나 정읍을 이용해야 하고 영광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20차례 운행하지만 인근 관광지를 돌아보는 데는 승용차가 가장 편리하다. 서울 및 수도권을 기준으로 호남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정도에 영광읍에 도착할 수 있다.

▽마파도 세트장=영광군청∼844번 지방도∼백수중학교를 지나 77번국도∼3km 정도 달린 후 해안 전망대 직전에 좌측으로 난 샛길로 빠지면 동백마을이 나온다. 백수중학교 앞 삼거리부터가 백수해안일주도로.

▽불갑사=영광군청∼23번 국도를 타고 불갑면, 불갑산 방향으로 직진∼불갑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내산서원이 보이고 계속 직진하면 된다.

▽법성항=영광군청∼22번 국도를 타고 법성면 방향으로 직진∼법성 중학교 직전 삼거리에서 좌측 방향으로 직진하면 된다.

영광지역 맛 집(추천 영광군청)
업소업종전화(061)
문정식당한정식352-5450
국일관굴비백반352-2423
조선옥한식, 육류구이352-0066
천지횟집생선회, 탕류353-8945
영광버섯매운탕한식, 버섯요리351-3679
일번지식당굴비백반, 꽃게탕356-2268
부두회관굴비백반, 회,탕류356-3392
정회식당굴비한정식351-2946
샘터횟집준치회, 조기매운탕, 백합회351-2850

영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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