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68>尸(주검 시)

  • 입력 2005년 2월 27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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尸를 ‘설문해자’에서는 누운 사람의 모습이라 했지만, 갑골문은 사람의 다리를 구부린 모습이 분명하다. 혹자는 이를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것이라고도 하지만, 우리나라 남부의 돌무덤에서 자주 발견되는 매장법의 하나인 ‘굽혀묻기(屈葬·굴장)’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시신을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되돌림으로써 내세에서의 환생을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尸는 ‘시체’가 원래 뜻이며, 그 뒤 ‘주례’에서의 설명처럼 제사에서 신위 대신 앉히는 사람을 말했으며, 여기서 ‘진열하다’의 뜻이, 다시 진열하는 장소인 ‘집’을 뜻하게 되었다. 따라서 尸는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현재보다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을 뜻한다. 해서체 이후로는 人(사람 인)과 尸가 혼용된 경우도 보인다.

예컨대 屈(굽을 굴), 屍(주검 시) 등은 모두 ‘시체’와 관련되어 있다. 屈은 ‘굽혀묻기’와 직접 관련되어 있고, 屍는 尸에 死(죽을 사)를 더해 의미를 더욱 구체화했다.

또 層(층 층)은 시루(曾·층)처럼 층층이 포개진 집(尸)을, 居(있을 거)는 옛(古·고)부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尸)을 말한다. 屋(집 옥)은 사람이 이르는(至·지) 집(尸)을 말하는데, 이는 至와 면(집 면)으로 이루어진 室(집 실)과 같은 구조지만 의미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또 展(펼 전)에서 尸가 의미부로 기능하는 것은 시체를 대신할 사람을 ‘진열한’ 데서 기인한다.

그 외에도 尼(중 니), 尾(꼬리 미), 尿(오줌 뇨) 등은 ‘사람(人)’과 관련된 글자들이다. 尼는 사람이 사람을 업고 있는 모습에서 친밀함을 그렸는데, 그 뒤 불교의 유입으로 ‘중’을 뜻하게 되었다. 하지만 泥(진흙 니)에는 물(水·수)이 섞여 끈적끈적한(尼) 흙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尾는 엉덩이에 꼬리 장식(毛·모)을 단 모습이며, 尿는 사람이 오줌(水)을 누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尹(다스릴 윤)은 손으로 붓을 잡은 모습으로부터 행정 사무의 관리자를 그려, 尸와는 의미적 관련이 없는 데도 尸부수에 귀속된 글자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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