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까지… “건강을 드세요”

  • 입력 2005년 2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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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식품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유기농 매장 ‘올가’에서는 쌀이나 딸기 등 농산물 외에 외국산 유기농 아이스크림, 초콜릿도 판매한다. 변영욱기자
유기농 식품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유기농 매장 ‘올가’에서는 쌀이나 딸기 등 농산물 외에 외국산 유기농 아이스크림, 초콜릿도 판매한다. 변영욱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올가(ORGA)’ 매장. 가게 안은 친환경 제품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쌀이나 토마토, 딸기, 사과는 물론이고 설탕,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유기농’이라고 하면 몇 가지 1차 농산물만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기농 면으로 만든 의류까지 나올 정도로 제품 종류가 다양해졌다.

풀무원 자회사인 올가홀푸드가 운영하는 이 매장에서는 250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품목이 500여 가지나 늘었다.

그러나 전부 엄밀한 의미의 ‘유기농’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급량이 적은 농산물이 많아 저농약 농산물이나 무농약 농산물 등을 함께 팔고 있다. 가공식품에는 안타깝게도 외국산이 많다. 어쨌든 현재 여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제품을 판다는 것이 올가를 비롯한 다른 유기농 매장들의 방침이다.

▽다양해지는 유기농 가공식품=현재 국내 유기농 제품은 크게 ‘한살림’ 같은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에 의해 유통되는 것과 풀무원 같은 일반 기업에 의해 유통되는 것이 있다. 생활협동조합은 유기농 제품 중에서도 국산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취급 품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 현재 한살림은 500여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최근 유기농 제품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런 것에도 유기농 제품이 있나’ 할 정도로 특이한 것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아이스크림, 초콜릿까지 나와 있다. 역시 아이들이 먹는 시리얼도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판매대에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유기농 가공식품은 말 그대로 유기농산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재료가 100% 유기농인 것은 아니므로 함량 표시를 잘 살펴야 한다.

조리 원료로 쓰이는 설탕도 유기농 제품으로 나와 있고 유아복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유기농 설탕은 사탕수수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추출한 뒤 별도의 화학첨가물을 섞지 않고 정제한 것을 말한다.

국산 유기농 가공식품으로는 김치와 녹차 등이 있긴 한데 그 품목이 많지 않다. 특히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유기농산물가공품 품질인증을 받은 김치는 ‘유기네’와 ‘강림자연농원’이 만드는 2가지뿐이다. 원재료인 배추나 무뿐만 아니라 부재료인 파나 마늘도 유기농산물이다. 화학조미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유기네는 또 지난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장류 4품목에 대해서도 유기가공품질인증을 받았다. 올해는 20여개의 ‘인증반찬류’를 개발할 계획.

또 최근에는 삼양사나 CJ 같은 대기업들이 속속 유기농 식품 유통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소비자들이 유기농 식품을 접하기는 점점 쉬워질 전망이다.

유기가공식품업체 ‘유기네’의 품질인증 김치. 유기김치 상표 왼쪽 위에 품(品)자 모양으로 있는 것이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내주는 유기가공물 품질인증 표시,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은 원재료가 유기농 농산물임을 말해 주는 표시다.
▽농산물은 어디까지 왔나=국내 유기농법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유기농산물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벌레 먹은 배추가 유기농산물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인공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재배하는 기술들이 발전한 덕택이다.

유기농 매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쌀도 종류가 많아졌다. 오리 농법이나 우렁이 농법 등 농사짓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기농 재배로 농약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5분도미나 3분도미 등 쌀겨를 벗겨내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도정한 지 15일 이내 제품만 판매하는 곳도 있다.

유기농산물 판매 역사가 쌓이다 보니 인기 있는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경북 고령에서 곽해석 씨가 길러내는 딸기는 인기가 좋아 매주 화요일 물건이 오면 올가 매장에서 바로 동이 날 정도다. 곽 씨는 30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고 2000년 9월에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어떻게 믿고 살 수 있나=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가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딱히 정답은 없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방법은 4단계로 나눠져 있는 인증마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사과 모양의 문양과 함께 제품마다 ‘유기농산물’ ‘전환기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이 표시돼 있다. 여기서 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 및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을 말한다. 전환기 유기농산물은 그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을 말한다.

가공식품은 함량 표시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 국내 유기가공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유기농 비중이 70% 이상만 되면 ‘유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전체가 유기농인양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유기농 함량이 100%이면 상표의 주요 부위에 ‘유기농100%’라는 말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신력 있는 유통업체를 선택하는 것도 차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회원들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연간 80여 차례에 걸쳐 생산지를 방문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김정옥 차장은 “유기농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가공식품 분야에 더욱 체계적인 인증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유기농 제품 취급 업체
이름특징
올가홀푸드
(풀무원)
www.orga.co.kr
-친환경농산물뿐만 아니라 수입 가공식품 등 총 2500여 가지 판매.
-서울 반포, 압구정, 대치, 방배와 분당신도시 등 5곳에 있는 직영점을 포함해 총 12개 매장 운영. 온라인 구입 가능.
이팜
(동원엔터프라이즈)
www.efarm.co.kr
-850여 가지 제품을 곡류 반찬류 축산물 수산물 청과류 환경생활용품 등으로 구분해 판매.
-서울 목동 직영점을 비롯해 오프라인 2개점과 3개의 제휴점, 온라인쇼핑몰 운영.
구텐모르겐
(삼양사)
-해외 100여 개 유기농 브랜드 제품 1000여 점 취급. 유아식을 비롯해 과자, 주스, 야채, 두부 등이 있음. 일반 상품은 취급 안 함.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120평 매장.
초록마을(한겨레)
www.hanifood.co.kr
-유기농산물과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화장품, 무공해 세제 등 800여 가지 판매.
-전국에 180여 개 매장.
유기농하우스
(한국동아제분)
www.uginong.com
-1700여 종 친환경 제품 취급.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30여 평 직영점 등 20여개 매장 운영.
한살림
www.hansalim.co.kr
-500여 품목 취급.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출자금 3만 원(탈퇴시 돌려받음)과 가입비 3000원을 내고 회원가입 후 이용해야 함.
자료:각 업체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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