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자살, 끝내 미스터리로?

  • 입력 2005년 2월 23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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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최악의 선택을 했을까.'

스물다섯 살, 최정상 여배우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故) 이은주 씨의 죽음 앞에 영화인들은 '누구보다도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가 사랑했던 배우 이은주의 가슴 아픈 비보를 접한 우리는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는 추모사를 바쳤다.

그러나 고인의 명목을 빌면서도 누구하나 선뜻 수긍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뜻밖의 죽음이었기 때문.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이 씨가 상당기간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경찰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를 촬영하면서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홍글씨'에서의 과다한 노출이 배우이기 이전에 여성인 이 씨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씨의 유서에는 '일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매일 기도했는데 무모한 바람이었지. 일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야'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주홍글씨'의 제작사는 "캐릭터 설정에 힘들어하긴 했지만 이는 연기자로서 고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영화와 자살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특히 이 씨가 지난해 1월 출연한 한 건강관련 프로그램에서 불면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돼 '주홍글씨' 촬영 이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 씨는 '당신은 요즘 불행하십니까?'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소속사 측은 "연기에 대한 중압감이 다른 배우보다 강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대해 3일 우울증 진단을 내린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그러나 구체적 진단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한편 영화계에선 영화나 연기와 관련 없이 경제적 문제나 가족간 불화 등 개인적 문제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

이처럼 이 씨의 자살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그가 유서에서 남긴 '언니'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유서에서 '마지막 통화, 언니 고마웠고 미안했고 힘들었어. 꼭 오늘이어야만 한다고 했던 사람, 고마웠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확정한 만큼 더 이상의 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이 씨의 죽음은 가수 김광석 씨와 홍콩배우 장국영 씨의 자살처럼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24일 오전 발인을 앞둔 이 씨의 빈소에는 가수 전인권 씨(51)와 바다 씨(25)가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자리를 지키는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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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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