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아이 만들기]<3>아이와 책방 가기

  • 입력 2005년 2월 17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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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전문가들이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은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네 서점에 가 보면 아이들이 참 많다. 책꽂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거나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독서가 아이들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듯해 뿌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겠다는 작가, 교사, 학부모들의 바람이 열매 맺는 현장을 본 기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보는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감동은 이내 사라지고 ‘이거 큰일이다’ 싶기까지 하다. 상업주의에 편승해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만화나 저질 도서는 물론 책의 모양을 한 ‘책 아닌 책’을 읽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아이가 불량식품을 즐겁게 먹고 있다면 부모는 냉큼 그걸 빼앗지 않겠는가? 사실 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오히려 안 좋은 책에 대한 무방비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에는 아이들을 서점에 데리고 가서 “엄마 장 보는 동안 책 보고 있어” 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아이 혼자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혼자서 책을 고를 경우 대부분 만화책을 고르기 십상인데, 나중에 만화책을 고른 아이를 나무라며 책을 사주지 않게 되면 아이는 서점에 갈 흥미를 잃기 쉽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처음 두세 번까지는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자. 어릴 적에는 엄마가 음식을 골라주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는 자신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음식을 고르는 눈을 높여 주는 게 필요하다.

우선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에게 서점에 왜 가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책 광고지나 책 소개 책자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오늘의 메뉴를 정한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에 익숙해 인터넷에서 필요한 책을 고르게 하는 것도 좋다. 서점에 가거든 아이들 독서연령에 맞는 책들이 있는 구역을 정한다. 나이나 취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갈 때마다 아이가 책을 고를 수 있는 구역을 정해 주는 게 좋은데, 이때 부모가 그곳에 있는 책 모두를 볼 수는 없으니까 출판사나 작가 등을 고려해 아이가 어디에서 책을 선정할지를 알려 준다.

그 다음에는 고른 책을 함께 읽는다. 같은 제목의 책을 나란히 앉아서 보고 난 뒤 읽은 책의 느낌을 함께 이야기하고 고학년인 경우에는 쟁점을 한 가지 골라 깊이 있게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보겠다고 떼를 쓰면 대충 얼러서 사 주게 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좋은 책을 권하되 억지로 강압적으로 할 게 하니라, 인내를 가지고 협조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어, 만화책을 골랐구나. 그거 읽은 뒤에는 엄마가 골라준 것도 보렴.” “그 동화는 우리 딸 얼굴하고 잘 안 맞네. 이 책은 어떠니? 너 동물 얘기 좋아하잖아?”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는 서점 가는 일을 즐거운 나들이로 여기고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진다.

오길주 문예원 원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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