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 여가 엿보기]미디어플렉스 김우택 사장

  • 입력 2005년 1월 20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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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플렉스 김우택 사장은 극장과 영화 배급사의 대표답게 항상 젊은 감성이 넘치는 공간체험을 즐긴다.
미디어플렉스 김우택 사장은 극장과 영화 배급사의 대표답게 항상 젊은 감성이 넘치는 공간체험을 즐긴다.
김우택 미디어플렉스 사장(41).

미디어플렉스에는 단일 사이트로는 국내 최대 관객을 기록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급사가 소속돼 있다. 김 사장의 관심사는 당연히 우리 영화 관객의 다수를 이루는 20, 30대 층의 취향이다. 그래서 그의 여가도 이들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 체험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말에는 그가 직원들과 한 무리가 되어 홍대 주변의 한 클럽에 ‘떴다’. 다양한 패션은 물론 우리말과 영어가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홍대 주변의 클럽 타운.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를 뚫고 40대의 그가 ‘당당히’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저 나이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라는 젊은이들의 걱정 섞인 눈빛을 등지고 말이다. 그것도 서울 장안에서 물 좋다고 소문난 클럽 속으로!

물론 이날을 위해서 적지 않은 ‘작전’과 노력이 있었다.

“요즘 제일 잘나가는 곳이 어디지? 우리 그곳에서 송년모임을 갖도록 하지.”

그러나 문제는 ‘입성’. “문전박대는 안 당해야지”라는 김 사장의 주문에 직원들은 “걱정 마세요∼. 저희가 사장님이 들어가실 수 있도록 섭외를 해두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홍대 앞 클럽에 들어가 직원들이 일러준 요령에 맞춰 움직인다.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흘러나오는 뉴 에이지 리듬에 맞추어 온몸에 웨이브를 주어본다. 클럽에 자주 드나드는 젊은 그들처럼…. 그리고 이 새로운 분위기를 자신의 감성 메모리 속에 차곡차곡 담는다.

매월 3, 4차례씩 주중의 일과를 마친 뒤 그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으로 직접 뛰어든다. 젊은 감각이 살아 있는 곳이라면 공연장, 영화관, 스키장, 클럽 등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주에도 뮤지컬 ‘지킬 박사와 하이드’ 공연장을 찾았다. 10만 원 안팎의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공연장에는 홍대 앞 클럽과는 또 다른 문화적 성향을 지닌 젊은 관객이 많다. 홍대 앞의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넘치는 패션에 비하면 정장 차림의 젊은이가 훨씬 많다.

공연이 끝나면 동행했던 젊은 직원들과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 한잔 씩 주고받으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고 느낀 것을 빠짐없이 얘기한다. 이런 만남에서는 젊은 감성을 수혈 받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딱딱한 회의석상에서 나올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민원 사항이 쉽게 대화의 주제로 등장한다. 그의 머리에는 이런 얘기가 하나씩 입력된다. 그의 ‘전리품’이다.

그의 현란한 패션도 어쩌면 젊은 감성을 만나기 위한 ‘기초 투자’다.

미디어플렉스가 속한 오리온그룹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있던 어느 날. 중후한 양복차림의 사장님들 속에 시선을 확 끄는 차림으로 등장하는 그에게 모두가 한마디씩 던진다.

“어! 이거 누군가 했더니 김 사장이네! 누가 저렇게 튀나 했어.”

회의장 안에 한가득 웃음이 퍼진다. 실제 이날 그의 드레스 코드는 벨벳으로 깃 부분을 살린 짙은 회색 바탕에 시원시원한 간격으로 줄무늬가 새겨진 양복과 보라색 넥타이였다. 최고경영자의 옷차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과감한 디자인과 색상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한데도 그는 주저 없이 고른다. 노란색, 오렌지색, 보라색….

영화 관객은 가장 젊은 편이고, 그들의 감성은 전문가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그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면 한순간에 영원히 뒤처질 수도 있다. 그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릿속에서뿐 아니라 감성에서도 젊어져야 한다. 바로 ‘현장’에서 잡아내는 느낌들은 그가 기획제작하고 배급하는 영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엔 어디로 가지. 찢어진 청바지 스타일은 어떨까.”

아마 그의 머리에는 이런 생각이 있지 않을까.

홍종희 웰빙소사이어티 대표 lizh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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