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이사장 '재선임 논란' 일파만파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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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산하 기관인 한국언론재단 박기정(朴紀正) 이사장을 재단 이사회의 재선임 결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임명 거부키로 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여권이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서동구(徐東九) 전 KBS 사장이 23일 이사회 표결에서 박 이사장에게 패한 직후부터 "청와대 일각에서 박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정권 차원의 인사 개입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문화관광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박 이사장이 더 하는 것을 원치않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그저 (청와대가) 가는 대로 할 수 밖는만큼 박 이사장이 (자진 사퇴라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이사장도 연임 욕심은 없었으나 이사회 표결 결과가 예상 밖으로 서 전 사장이 패한 것으로 나왔다"며 "표결에 참여한 이사들 중 일부가 막판에 서 전 사장의 선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 전 사장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 배경으로 여권 일부 인사들이 서 전 사장을 미는 것도 작용했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대통령 비서관 등을 거론하며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부와 언론재단 안팎에서는 대통령 비서관 A씨,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 특보인 B,C씨 등이 서 전 사장의 선임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말이 파다했다. 노 후보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낸 서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청와대에 의해 KBS 사장으로 내정돼 취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11일만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사촌 동생이다. 본보는 이날 이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측은 개입설은 부인하면서도 박 이사장의 재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김종민(金鍾民)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언론재단 이사장 임명은 소관 부처에서 결정할 일로 청와대에서 그 문제를 공식 논의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주무 비서관인 양정철(楊正哲)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기자와 만나 "문화관광부가 언론재단 이사회의 결정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이사장의 사퇴를 기정 사실화했다. 그는 또 "박 이사장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고 박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으로 서로 양해가 됐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언론계와 야당에서는 "규정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 "초법적,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한나라당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화관광부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언론재단 이사장에 선출된 인사를 임명 거부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려는 과잉 충성이자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 가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신문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재단 대신 신설될 한국언론진흥원의 역할과 관련, "청와대가 서 전 사장을 내정한 것은 결국 언론 장악을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문법안 상 언론진흥원은 친여(親與) 영세 매체를 대상으로 한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기준 등을 심의한다.

한편 대해 박 이사장은 "내가 물러나면 언론재단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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