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라이어’만 60번씩 ‘보고 또 보고’

  •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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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막을 내린 ‘라이어 3탄-튀어’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배우들과 인터넷 카페 ‘라이어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변영욱 기자
5일 막을 내린 ‘라이어 3탄-튀어’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배우들과 인터넷 카페 ‘라이어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변영욱 기자
○ “형, 오빠, 아저씨…” 배우들과 한가족

“‘막공(마지막 공연)이라 일부러 보러 왔어요.”

“오늘 관객 반응도 매우 좋던데요.”

5일 오후 10시 서울 대학로의 한 고깃집. 연극 ‘라이어’의 팬클럽인 ‘라이어를 사랑하는 사람들’(라사모) 회원 20여 명과 ‘라이어’ 출연 배우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막을 내린 ‘라이어 3탄-튀어’의 마지막 공연을 본 ‘라사모’ 회원들을 ‘라이어’의 제작극단인 파파프로덕션이 ‘쫑파티’에 초청한 것. 서로를 ‘아저씨’ ‘너’ ‘형’ ‘오빠’ 등으로 부르는 이들은 배우와 팬이라기보다는 한 극단의 식구 같았다.

이날 공연을 본 ‘라사모’ 회원 김규성 씨(35·음악학원 운영)에게 가장 최근 ‘라이어’를 본 시기를 묻자 “그저께와 그 전날, 그 전전날”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1탄 45회, 2탄 4회, 3탄 7회 등 ‘라이어’ 시리즈를 60회 가까이 봤다.

“처음 연거푸 나흘을 계속 보러 갔더니 배우들이 알아보더군요. 스무 번쯤 본 후부터는 배우들과 친해졌어요.”

○ 골수 마니아들 대사까지 줄줄 외워

다른 연극은 안 보고 오로지 ‘라이어’만 본다는 김희선 씨(31·회사원) 역시 3탄만 20회 넘게 봤고 1탄까지 치면 ‘라이어 시리즈’를 50회가량 봤다.

‘보고 또 보는’ 중복 관객이 많다보니, 다른 극단이 부러워할 고민도 생겼다. 40, 50회씩 관람해 대사를 외우다시피 하는 ‘골수 마니아’가 객석에 있는 날엔 배우들이 일부러 ‘애드리브(즉흥대사)’를 많이 넣어 변화를 준다.

영국 작가 레이 쿠니의 희곡이 원작인 ‘라이어(Liar·거짓말쟁이)’는 ‘두 집 살림’을 하는 택시 기사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1998년 말 시작한 1탄은 올여름 2000회를 돌파하며 6년간 장기 공연 중이다. 이번에 라이어 3탄이 막을 내리기 전에는 대학로에서 라이어 1, 2, 3탄과 지방 두 곳에서 1탄 등 다섯 편의 라이어가 ‘동시 공연’ 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 ‘예술성이 없는 상업 연극’이라고 비판받는 ‘라이어’를 정작 관객들은 꾸준히 찾는 이유가 뭘까? ‘라사모’ 회원들이 입을 모아 꼽는 이유는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준다”는 것.

○ “잃어버린 웃음 되찾아 주는 게 매력”

대학시절 ‘라이어’가 너무 좋아 이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인연으로 파파프로덕션에 입사한 고병직 씨(25)는 “정교하게 앞뒤가 꽉 맞게 짜여진 대본이 삶의 활력이 되는 웃음을 준다”고 설명했다.

‘라이어’ 1탄은 내년 1월 대구에서 한 달간 공연에 들어간다. 파파프로덕션 이재원 실장은 “지방에서도 연극이 장기 공연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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