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가전 잘만쓰면 年26만원 번다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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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구호는 어쩐지 공허해 보인다. 늘 들어왔다. 친숙하지만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전기제품을 안 쓸 때는 플러그를 빼놓고, 형광등은 꼭 끄고…”라고 얘기하면 “그래서 얼마나 아낀다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잘한 것까지 신경을 쓴다고 꽁생원 소리를 듣기도 한다.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면 금전적으로 얼마나 이익일까.

에어컨 냉장고 조명기기 TV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6가지 가전제품만이라도 제대로 사용하면 전기요금을 연간 26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그래픽 참조). 전기요금은 누진제라 많이 쓰면 더 비싼 요율을 적용 받는다. 한달에 201kWh를 쓰던 가정이 199kWh를 쓰면 적용되는 요율 자체가 달라진다.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면 전기요금의 절약 폭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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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빼지 않아 들어가는 대기전력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각 가정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될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로는 연간 5000억원. 호텔처럼 카드를 뽑으면 냉장고 보일러 등 늘 켜놓아야 하는 제품만 빼고 나머지 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는 왜 없을까.

국가의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할인점의 심야영업이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A할인점은 점포당 매출이 하루 3억1000만원쯤 된다. 한 달이면 90여억원. 이 중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의 매출은 한달 3억3000만원. 전체 매출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밤에 영업을 하면 에너지 비용은 2배 이상으로 는다. 여기에 심야 인건비, 관리비 등도 2∼3배로 늘어나 수익구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심야영업에 따른 위험까지 감안하면 정상영업이 훨씬 유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심야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유는 경쟁 때문이다. 경쟁업체가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혼자만 12시간 영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지금처럼 고유가 시대엔 차라리 정부에서 심야 영업을 못하게 규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1.34%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7%포인트 상승한다. 무역수지는 80억9000만달러 악화된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연초에 비해 이미 10달러 가까이 올랐다. 한국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에너지를 아끼자는 구호가 지금처럼 절실한 때는 없었다.

정부 기업 가정 모두 똑똑한 꽁생원을 자랑스러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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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석유 소비 규모로 재구성한 세계지도▼

세계 각국의 석유 소비량을 기준으로 세계 지도를 그려봤다. 미국이 기형적으로 크게 나오고 아프리카와 남미는 원래 크기보다 훨씬 쭈그러들었다. 석유 소비 지도에서 한국의 영토는 실제보다 상당히 크게 나온다. 하지만 뿌듯해 할 일은 아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석유 소비량은 하루 230만배럴로 세계 7위다. 미국이 전 세계 소비량의 25.1%로 압도적인 1위이고 이어 중국 일본 독일 러시아 인도 한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순이다. 한국은 2.9%로 아프리카 전체 소비량(3.3%)에 육박한다. 경제 규모로 보면 한국은 세계 13위인데 석유 소비량은 7위다.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에서 석유 소비가 남들보다 많다는 것은 유가가 조금만 올라도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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