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가사 공방 법정으로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43분


원로 가수 겸 작곡가 신중현씨(66)가 가사 도용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작사가이자 방송작가인 유호(본명 유해준)씨의 변호인단은 신씨가 유씨의 ‘님은 먼 곳에’ 가사를 도용했다며 1일 신씨에 대해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가수 신씨는 ‘한국 록 음악의 대부(代父)’라 불리며 ‘미인’, ‘커피 한 잔’, ‘님은 먼 곳에’ 등의 곡을 작곡해 널리 알려진 가수 겸 작곡가다.

유씨는 ‘신라의 달밤’ 등의 노래를 작사했으며 1969년부터 구 동양방송(TBC)의 ‘유호극장’이란 프로그램을 1년 이상 집필해 왔다. 유씨가 ‘님은 먼 곳에’라는 본인의 드라마를 위해 같은 제목의 노래를 작사했는데, 신씨가 자신이 작사 작곡한 것으로 한국저작권협회에 신고했다는 것.

변호인단은 “당시 신인이었던 신씨가 가사를 받아 곡을 붙였고 가수 김추자씨가 이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끌게 됐다”며 “드라마의 담당 PD와 조연출의 확인서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5년이 흐른 지금에야 소송을 하는 이유는 유씨가 본인의 음악저작물 관리를 1964년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저작권협회)에 일괄적으로 맡겨 왔기 때문.

유씨는 변호인단을 통해 1999년 5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의 작사가로 신씨의 이름이 올라오는 것을 우연히 볼 때까지 가사에 대한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후 4년간 유씨는 신씨와 개인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합의가 어려워지자 결국 소송까지 이르렀다는 것.

변호인단은 “이 노래는 김추자씨 외에도 위일청, 장현, 조관우 등의 유명 가수에 의해 수차례 리메이크됐으며 각종 영화·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삽입됐다”며 “신씨는 이 노래의 사용 허락료를 35년간 부당하게 가로채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신씨는 “녹음 하루 전에 PD가 도저히 내 곡에 어울리기 힘든 유 선생의 가사와 드라마 대본을 들고 왔다”며 “그 가사는 내 스타일과 완전히 달라 내가 곡에 새롭게 가사를 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곡을 부른 가수 김추자씨도 여성동아 2000년 12월호 인터뷰를 통해 “그 곡은 유호 선생이 먼저 작사를 해서 신중현 선생이 곡을 만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법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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