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 부시비판 다큐 출품 마이클 무어 감독

  • 입력 2004년 5월 18일 19시 06분


다큐멘터리 ‘화씨 911’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마이클 무어 감독.-AP 연합
다큐멘터리 ‘화씨 911’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마이클 무어 감독.-AP 연합
프랑스 칸에서 ‘뚱뚱한’ 남자가 이렇게 화제를 몰고 다니기는 아마 처음일 듯하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50)는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의 하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의 신작 ‘화씨 911’(원작 Fahrenheit 911)의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2시반(현지시간) 영화제 본부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화씨 911’은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집안과의 ‘내밀한 거래’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라크인 포로 학대행위를 담은 사진들이 공개되기 이전에 제작된 이 영화에 이미 미군이 이라크인 수감자와 민간인을 학대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무어 감독은 2002년 총기남용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칸 영화제 특별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도 수상했다.

이날 무어 감독은 평소와 달리 양복 정장을 입고 나왔으나 독설(毒舌)은 여전했다. 그는 “9·11테러 직전에는 조용히 잠자고 있던 백악관이 갑자기 테러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며 미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며 “영화 제목은 바로 자유가 불타 없어지는 온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화씨 911’은 미국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9·11 사건을 귀엣말로 전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끔찍한 내용을 전해들은 뒤에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대통령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며 ‘그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어 영화는 부시 일가와 빈 라덴 일가가 석유 비즈니스를 둘러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음을 파헤친다. 무어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될 경우 부시는 당장 집무실 밖으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라맥스가 제작한 이 영화의 개봉 일정은 미정이다. 월트디즈니사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자회사인 미라맥스에 배급중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어 감독은 “영화는 올해 반드시 개봉돼야 한다”며 “물고기는 머리(대통령)가 썩기 시작해 몸통까지 썩어 들어가는 법”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칸=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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