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애인 품 닮은 '싱글의 천국'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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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디자인 꾸떽
사진제공 디자인 꾸떽
서울 중구 장충동 ‘디자인 꾸떽’ 정규태 대표(42)의 사무실은 상상력의 보물창고 같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빨간색, 청록색 오브제는 사람 손 모양의 장난감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물감을 풀어 색을 낸 물을 비닐 위생장갑 속에 담은 것이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사 왔다는 돼지 모양의 라이터는 돼지의 양쪽 콧구멍에서 불길이 솟는다. 벽시계는 사람 무릎 높이로, 벽면 한쪽 구석에 달려 있다.

“벽시계를 눈높이보다 높게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고 매너리즘이죠.”

프랑스 파리 의상조합학교를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정 대표는 2000년 이후 인테리어로 영역을 넓혀 창의적인 감각을 선보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홍익대 앞에서 재즈 라이브바를 경영한 적이 있고, 사진작가로도 활동한 그의 디자인에는 그가 좋아한다는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의 디자인처럼 유머와 위트가 팔락인다.

①분당 우성아파트에 인테리어한 홈바.
②청담동 시티아파트의 가벽을 파내 만든 침실.
③지난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인 원룸 스타일 인테리어. 거울과 아크릴 등 인공 소재와 나무 등 자연 소재를 조화시켜 모던하게 꾸몄다. 서재와 침실공간을 붙박이로 처리했다.
④정규태 대표의 사무실 천장에 달린 익살스러운 비닐위생장갑소품.사진제공 디자인 꾸떽

파티션으로 공간을 잘게 분할해 복도, 응접실, 사무 공간, 휴식 공간을 마련한 이 사무실의 실 평수는 24평. 출입문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휴식 공간은 다락방 구조로 만들어 공간을 알뜰하게 썼다. 1층 벽면에는 2000여장의 CD, 오디오, TV가 있고 2층에는 침실을 겸한 다락방이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20, 30대 독신 남녀를 위한 원룸 스타일’이라는 주제로 흰색 벽지에 주황색, 노란색, 보라색 등 컬러풀한 형광색 아크릴 수납 박스로 벽면을 채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싱글의 주거 공간은 동물적이어야 합니다. 동물은 자기 공간에 배설물을 배출해 자신의 영역임을 확실히 보여주죠. 즉 자기만의 색깔을 발산하면서도 편안해야 합니다.”

10평형대의 원룸도 가구를 이용해 파티션을 만들면 그의 사무실처럼 각 공간이 나름의 용도와 표정을 갖게 된다. 붙박이형 와인바도 만들 수 있다. 소파나 책장을 가로질러 배치하면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할되는 효과가 있다. 가벽 일부를 파낸 공간을 침대로 삼으면 아늑한 분위기가 된다.

좁은 공간일수록 수납이 관건. 양쪽 벽면과 천장에 걸치도록 아치형으로 수납장을 만들어 책이나 잡동사니 물건들을 넣으면 깔끔하다. 전체적 분위기를 모던과 젠(禪) 스타일로 연출한다면 색상이 화려한 의자나 침구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유쾌하다. 오리엔탈이나 앤티크 스타일도 시도해 봄직하다.

“좋은 사진과 예술 작품을 많이 보면서 항상 자신을 긴장시킵니다. 인간의 오감이라는 조물주의 선물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면 생활이 즐거워집니다.”

고객의 집을 인테리어하면서 “쓸데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하는 그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고객이 버린 물건을 살뜰하게 챙겨와 자신의 공간에 창조적으로 배치한다. 약간 녹슨 금색 테두리 장식의 타원형 벽거울은 빈티지풍의 앤티크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음악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구입했다는 그의 까만색 중고 피아노 옆 벽면에는 그의 생활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는 액자가 걸려있다.

‘당신이 살아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발견할 수 있다(If you are alive, 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정규태 '디자인 꾸떽' 대표

△프랑스 파리 의상조합학교

△2003 일본 인테리어 디자인협회 JCD 디자인 어워드 동상

△2003 디자인 페스티벌 스타 디자이너 가구 디자인 참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임선옥 부티크 인테리어

△압구정동 멀티 패션숍 ‘로아(LOA)’

●주요작품

△서울 강남구 신사동 바이셀 인베스트먼트 사무실 인테리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시티아파트 리노베이션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리노베이션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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