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42>勤 政 殿 (근정전)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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勤 政 殿 (근정전)

勤-부지런할 근 殿-대궐 전

奧-깊을 오 儉-검소할 걸

宵-밤 소 간-늦을 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름 석 자가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지니는 象徵性(상징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을 지을 때면 각별히 愼重(신중)하였으며 여러 요소를 고려하였다. 중국 宋의 蘇洵(소순)이라면 대문호 蘇東坡(소동파)의 아버지다. ‘名二子說’(명이자설)이라는 문장을 썼는데 아들 형제의 이름을 짓게 된 緣由(연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개인의 이름 석 자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국가의 기간시설, 그것도 전제군주시대라면 오죽할까. 이미 소개한 바 있는 景福宮(경복궁)이나 光化門(광화문)이 좋은 예로 그 深奧(심오)하고도 嚴肅(엄숙)한 의미에 숙연해질 정도다. 각기 ‘큰 福을 누리시라’는 백성들의 염원과 이에 화답이나 하듯 ‘햇볕처럼 坊坊曲曲(방방곡곡) 가리지 않고 敎化(교화)를 펴겠다’는 帝王(제왕)의 숭고한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깊은 뜻을 헤아리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이번에 重修(중수)를 마친 勤政殿도 마찬가지다. 본디 殿이란 궁중의 여러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건물을 일컫는 칭호다. 景福宮의 경우 思政殿(사정전)이니 康寧殿(강녕전), 交泰殿(교태전)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勤政殿은 조정의 공식 의식을 거행한다든가 문무백관의 朝會(조회)를 받는가 하면 외국사신을 접견했던 곳으로 景福宮의 正殿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건물이다 보니 이름 또한 범상치 아니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勤政이란 ‘政事에 부지런히 힘 쓴다’는 뜻으로 鄭道傳(정도전)이 命名(명명)했다 한다. 자고로 治家나 治國의 근본은 勤儉(근검)에 있다. 그래서 宵衣간食(소의간식·임금이 새벽 일찍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조정에 들어 해가 진 뒤에 저녁밥을 든다는 뜻으로 政事에 부지런함을 뜻함)은 제왕들이 가장 명심해야할 덕목이었다. 따라서 백성들의 염원을 담았다기 보다는 제왕 스스로가 경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본디 1395년(태조 4)에 창건된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것을 1867년(고종 4년)에 중건하였다. 그 뒤 일제에 의해 마구 유린되다 지난 1985년 1월 8일 국보 제223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2001년 1월부터 3년 10개월 동안 진행된 보수공사를 통해 말끔히 새 단장을 보게 되었으니 일그러진 민족의 자존심을 다시 세운 셈이다. 2년 전 이맘 때 쯤 낙성을 본 興禮門(흥례문)복원공사에 이어 두 번째 문화상의 쾌거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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