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41>窺 豹 一 斑(규표일반)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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窺 豹 一 斑(규표일반)

窺-엿볼 규 豹-표범 표 識-알 식

摸-만질 모 管-대롱 관 隸-노예 예

지난번에 井底之蛙(정저지와. 우물안 개구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識見(식견)이 좁은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뜻에 盲人摸象(맹인모상·장님 코끼리 만지다)과 ‘管窺’(관규·붓대롱으로 하늘을 보다)도 있다. 窺豹一斑도 그와 같은 말이다. ‘표범의 무늬 하나만 보았을 뿐’이라는 뜻이다.

東晉(동진)의 王羲之(왕희지)는 중국의 書藝(서예)를 集大成(집대성)한 인물로 ‘書聖(서성)’으로 불린다. 곧 정식 書藝는 그로부터 비롯된다. 특히 그가 쓴 行書體(행서체)의 蘭亭集序(난정집서)는 천고의 名筆(명필)로 꼽힌다. 그에게는 玄之(현지) 凝之(응지) 徽之(휘지) 操之(조지) 獻之(헌지) 등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총명했던 아들은 獻之였다. 결국 그의 書藝는 王獻之에게 이어져 세칭 ‘二王(이왕)’으로 불린다.

獻之의 書藝는 草書(초서)와 隸書(예서)에 뛰어났다. 7세 때부터 書藝를 익혔는데 아버지 王羲之가 몰래 뒤꿈치를 잡아당겨도 끄덕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大成(대성)할 것을 알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가 어릴 때의 일이었다. 아버지의 서예 문하생들이 뜰에서 樗蒲(저포·일종의 도박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보고 있던 獻之가 갑자기 말했다.

“南風不競(남풍불경)이군!”

‘南風’은 중국 양자강 ‘남쪽 지방의 음악’이라는 뜻이며 ‘不競’은 ‘힘이 없다’는 뜻이다. 본디 남쪽의 음악은 여성스러워 여리고 생기가 결여되어 있다. 南風不競은 여기서 나온 말로 ‘세력이 미미함’을 뜻한다.

그러자 지고 있던 門下生 하나가 응수했다.

“이 도련님은 窺豹一斑일 뿐이야.”

즉 붓대롱으로 표범의 무늬 하나만 보고 무슨 훈수냐는 빈정거림이었다. 하지만 王獻之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劉眞長(유진장)에게 부끄러운 줄이나 아세요.”

眞長은 劉J(유담)의 字다. 그는 도박을 하면서도 桓溫(환온· 晉 簡文帝 때의 장군)의 反逆(반역)을 간파했던 인물이다. 그 門下生은 獻之의 당찬 대꾸에 말문이 막혀 그만 옷을 훌훌 털고 일어나 가버렸다.

晉書(진서) 列傳(열전) 권 80의 원문에는 ‘此郞亦管中窺豹, 時見一斑(차랑역관중규표, 시견일반·이 도련님도 붓대롱으로 표범의 무늬 하나만을 보고 있군)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管中窺豹(관중규표)에서 窺豹一斑으로 바뀐 셈이다. 어쨋든 識見(식견)이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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