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뇌중풍-<3>뇌경색, 적극치료가 최선이다

  • 입력 2003년 11월 9일 17시 39분


시간과의 싸움이다. 뇌세포는 피를 못 받으면 6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나마 주변의 여유 혈관이 있으면 좀 더 견딜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4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뇌경색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1분 1초가 황금이다. 시간을 놓친다면?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영영 정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뇌경색에 대해 바로 알려고 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신경외과 의사들은 “어떻게 치료하는지 인식하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뇌경색은 동맥경화가 80%, 심장질환 등 기타 이유가 20% 정도 원인이 돼 발생한다.

▽실제 사례에서 배우자=2년 전 9월 22일 오전.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엄습했다. 강성훈씨(가명·57·서울 은평구)는 동네 신경외과를 찾았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강씨는 A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갔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이미 뇌경색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입원을 했다. 의사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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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씨는 마비 현상이 풀리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퇴원했다. 한방병원을 찾아 침을 맞고 한약을 지어 먹었다. 그렇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2개월 뒤 강씨는 B대학병원을 찾아 ‘우회로 수술’을 했다. 현재 강씨는 항혈전제를 꼬박꼬박 먹어야 하지만 왼쪽 손가락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상이다.

강씨는 ‘부분성공 부분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조기에 발견했으면 뇌경색은 완치됐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천만다행으로 여유혈관이 많아 악화되는 속도가 느려 손가락 마비 정도로 그친 것.

▽갑자기 컥 막힌다면=응급실로 급히 이송되고 신경외과 치료팀이 투입된다. 치료팀은 먼저 CT나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또는 자기공명뇌혈관(MRA) 촬영으로 뇌출혈 여부를 검사한다. 뇌출혈이 아니라면 다시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뇌까지 카테터를 집어넣어 뇌경색 부위를 찾는 뇌혈관조영술이 시행된다. 이어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투입한다. 의사의 입이 바짝 마른다. 혈관이 뚫리면 성공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시술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는 혈압조절과 혈류량을 늘리는 시술이다. 치료팀은 막힌 혈관 주변에 있는 혈관의 확장을 시도한다. 끈적끈적한 피를 빼 내고 식염수를 집어넣어 피의 농도를 묽게 한다. 시술은 2, 3일간 ‘지루하게’ 계속된다.

최악의 경우는? 환자의 머리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증세도 악화된다. 뇌부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쩔 수 없다. 두개골을 가르고 두개골의 뼈를 잘라낸다. 뼈가 부풀어 오른 혈관을 누르면서 혈액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고비를 넘기면=여유를 갖고 숨을 고른다. 뇌세포의 기능 회복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고 있으며 9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는 수술법은 우회로 수술. 목동맥이 완전히 막혔거나 뇌 안쪽 혈관이 좁아져 혈관을 확장하기 어려울 때 시행한다. 막힌 곳을 우회해서 뇌 안쪽 혈관과 바깥쪽 혈관을 연결시키거나 하지정맥을 ‘우회로’로 사용해 뇌로 공급되는 혈류량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목동맥이 완전히 막히지 않았으면 이를 넓히기 위한 혈관확장술이 시행된다. 혈관에 풍선을 집어넣어 수축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좁아진 혈관을 찢고 피떡을 제거하는 피떡 절제술도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시행하지 않는 편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소아 뇌중풍 '모야모야병'▼

아이들도 뇌중풍(뇌졸중)에 걸릴까. “에이 설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답은 “그렇다”이다.

‘모야모야병’이라고 불리는 소아뇌중풍은 10세 이하의 아이들에게서 발견된다. 일종의 선천성 질환으로 한국과 일본에 특히 환자가 많으며 남자보다는 여자아이가 더 잘 걸린다. 실태조사가 없어 정확한 환자 수를 알 수 없지만 매년 대학병원에서 50∼100명의 아이가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의 뇌중풍과 마찬가지로 모야모야병도 뇌 안쪽으로 연결된 목동맥이 막혀 혈류량이 줄면서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자라는 피를 보충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뇌혈관이 여기저기 만들어지는데 그 모양이 가늘고 숫자가 많아 마치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 같다 해서 이런 병명이 붙었다. 모야모야는 일본말로 ‘담배 연기’란 뜻이다.

모야모야병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서히 증세가 나타나며 방치할 경우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흔한 증세는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 주로 △울고 난 뒤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풍선이나 악기를 불다가 △빨리 걷거나 달린 뒤 숨이 가쁠 때 많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심하게 저리거나 마비, 경련이 나타나기도 하며 숨을 몰아쉴 때도 있다.

병원에서는 뇌혈관조영술로 뇌의 혈류 상태를 체크하고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자기공명뇌혈관(MRA)촬영을 실시해 확진한다. 경련이 있으면 항경련제를 투입하지만 보통 수술로 치료한다.

목동맥은 목 부위에서 둘로 갈라져 하나는 뇌 안으로, 또 하나는 얼굴과 두피로 향한다.

수술은 얼굴과 두피로 향하는 목동맥의 가지인 옆머리동맥을 뇌 안으로 직접 심어주거나 뇌동맥과 연결해주는 것. 옆머리동맥은 숨이 차서 헐떡거릴 때 눈 바깥쪽 혈관이 쿵쾅거리며 박동하는 바로 그 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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