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 "내나이 서른여섯…지금이 전성기"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25분


《“내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을 통해

고국 팬들을 다시 만날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을 찾은 발레리나 강수진(36)의 첫마디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강수진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이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발레스타. CF 촬영 차 내한한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94년 ‘로미오와 줄리엣’, 2002년 ‘카멜리아의 여인’에 이어 2004년 ‘오네긴’은 그가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하는 세 번째 내한 공연. 현재 보수공사 중인 세종문화회관측이 내년 4월 재개관 기념공연을 원했지만, 강수진의 일정과 맞지 않았다는 후문. 이에 따라 10월로 공연이 연기됐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유일한 종신 단원인 발레리나 강수진. 그는 “서른다섯 살이 넘어가면서 발레에 대해 뭔가 좀 알아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권주훈기자

“오네긴이나 카멜리아의 여인처럼 사랑의 아픔이 담긴 드라마틱한 작품에 마음이 끌려요.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1986년 9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한 강수진은 올해로 입단 17년을 맞는다. 이 발레단에서는 입단 14년이 지난 무용수는 자동적으로 ‘종신 단원’으로 올라간다. 종신단원은 본인이 은퇴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해고하지 못한다. 현재 이 발레단에는 강수진이 유일한 종신 단원.

“유럽 발레단에서는 경쟁이 아주 치열해요. 해고도 수시로 하죠.”

결국 강수진만이 변함없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그 스스로도 요즘이 가장 기량이 원숙한 시기라고 느끼고 있다.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아요. 서른다섯살이 넘어가면서 발레에 대해 뭔가 좀 알아간다는 느낌이에요. 몸만 괜찮으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무대에 더 설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죠. 팬들에게 ‘너무 늙었다’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아요.”

강수진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 무용수들에게도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후배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충고를 구한다. 그들 중에는 스타급도 있지만 갓 유학 온 학생들도 많다.

“후배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옛날의 제 경험을 들려줘요. 저도 무척 힘들었으니까요. 그리고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해라’ 그러죠, 뭐.”

‘당신 같은 스타를 동경하면서 발레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발레를 진정으로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죠.”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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