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뒤늦은 전성기]결혼한 남성 智力 ‘뚝’

입력 2003-07-24 16:22수정 2009-10-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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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와 체력은 몇 살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까.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분야마다 특성도 다양해 한마디로 ‘사람의 전성기는 언제다’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뇌, 근육, 심폐 기능 등 인간의 능력을 규정하는 신체 기관의 특징을 살펴보면 사람이 대략 언제쯤 최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짐작은 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육체의 전성기는 대략 20대로 밝혀졌지만 두뇌 활동의 전성기는 명확하지 않다.

●나이 따라 급전직하하는 순발력

육체 능력은 보통 근력 순발력 지구력 세 분야로 측정한다. 2000년 도쿄대 체력 연구실 발표에 따르면 근력을 나타내는 악력(손아귀 힘)과 배근력(허리 힘)은 남자의 경우 26세와 30세, 여자는 25세와 20세에서 최고를 나타냈다.

지구력을 나타내는 최대 산소 섭취량은 남녀 모두 10대 후반부터 20대 전반까지 최대로 올라간 뒤 이를 한 동안 유지하다가 3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진다. 순발력도 20대 초반에 절정을 이뤘다가 20대 중반부터 떨어진다.

주목할 점은 최고조를 이룬 뒤 능력이 떨어지는 폭의 차이. 근력의 경우 20대 전성기 때와 30, 40대의 차이가 크지 않다. 20대 전성기 때 남자의 평균 악력이 50kg 정도인 데 비해 30대와 40대 평균 악력도 각각 48, 45kg으로 큰 차이가 없다. 또 지구력은 20대 전반 최고 수치가 30대 중반까지 5% 안팎으로 소폭 떨어지는 정도다. 반면 순발력은 30, 40대가 되면 20대 전성기에 비해 70%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국립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박동호 박사는 “근력과 지구력은 30, 40대에도 충분히 전성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순발력은 나이를 먹으면서 저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육체에 비해 두뇌의 전성기는 그 시기를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뇌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학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성년이 된 뒤 뇌세포는 평균 1초에 하나씩 사라진다. 따라서 80년을 사는 사람의 경우 20세 이후 60년 동안 평생 18억개 정도 뇌세포가 없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세포가 있기 때문에 18억 개 정도가 사라진다고 머리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인간이 생활을 하면서 평생 사용하는 뇌세포 숫자는 10억∼20억개 정도여서 1000억 개 중 10억 개의 손실이 그다지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뇌세포는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 노화신경심리학 책임자 몰리 왝스터 박사는 3월 사이언스지 기고를 통해 “사람의 뇌세포는 평생 꾸준히 생성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실제 줄어드는 뇌세포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며 “나이가 들수록 두뇌 활동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능력이 꽃피는 30대 중후반

실제 인간의 두뇌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양을 조사해보는 방식으로 ‘두뇌의 전성기’를 추정해보면 어떨까.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 교수가 최근 유명 과학자 280명의 일대기를 추적해 그들이 언제 논문과 주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지 살핀 결과 과학자의 가장 왕성한 활동 시기는 35.4세로 조사됐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예술가들도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재즈 뮤지션은 38세, 화가는 35세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왜 30대 중후반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두뇌 능력 중 하나인 통찰력이나 사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30대 이후부터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토머스 헤스 교수는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은 20세 전후에 가장 높은 능력을 발휘하지만 사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30대 이후부터 성장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물을 보고 외우는 능력은 20세 청년이 유리하지만 그 암기한 지식을 서로 연결시켜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는 능력은 30세 이후 발달한다는 것.

도쿄대 약학부 이케가야 유지 교수는 젊은이들의 암기, 계산 능력이 중장년층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조차 부인한다. 그는 저서 ‘해마’에서 “젊은 층의 기억력이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이 기억해야 할 ‘절대량’이 중장년층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장년층이 어린이에 비해 기억을 해내는 속도가 느린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어린이는 1000개의 지식 중에 하나를 빼내는 반면 중장년층은 1만개의 지식 중에 하나를 빼내기 때문에 생기는 속도의 차이”라는 것.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두뇌의 능력은 단순한 계산 능력이나 기억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정서의 성숙도, 경험, 사물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능력 등 복합적인 요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가 전성기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캔터베리대 사토시 교수의 연구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결과는 결혼이 지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결혼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절반은 50대 때 20대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활동을 보인 반면 결혼한 과학자들은 4.2%만이 50대와 20대의 연구결과물 양이 비슷했다.

사토시 교수는 이를 남성 호르몬 분비량 변화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남성이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히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 이 호르몬 분비량이 많을수록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에 더 경쟁력 있는 성과를 발휘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의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연구 결과물도 비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사토시 교수는 분석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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