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덴마크 빌룬 레고랜드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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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안에는 다양한 주제의 ‘랜드’가 있다. 사진 속의 장소는 유럽의 궁전과 도시를 축소해 만든 미니랜드.사진제공 스칸디나비아관광국
레고랜드 안에는 다양한 주제의 ‘랜드’가 있다. 사진 속의 장소는 유럽의 궁전과 도시를 축소해 만든 미니랜드.사진제공 스칸디나비아관광국
안데르센 때문에 ‘동화의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 나라 전체에 안데르센을 기리는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과 명소들이 많아 여행길잡이로 ‘동화’를 선택한다면 풍부한 이야기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빚어진 것은 비단 동화만이 아니다. 장난감을 모티브로 만든 이색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덴마크 사람들이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시각,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는 관광명소다. 디즈니랜드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놀이공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경험할 것이다. 출발은 덴마크 빌룬의 레고랜드이다.

● 레고가 상징이 된 도시, 빌룬

유틀란트 반도의 거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 빌룬은 사실, ‘레고’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인구 5000명의 이 작은 도시는 조립식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의 본사가 설립되고, 또 교외에 레고랜드가 만들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실물을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미니어처들은 전부 레고블록으로 만들어졌고 범선처럼 작동이 되는 모형들도 있다.사진제공 스칸디나비아관광국

레고사는 1932년 빌룬에서 목수이자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었던 올레 커크 크리스찬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 일상 생활용품과 간단한 나무 장난감 등을 만들어 판매하던 그는 아들인 고프레드를 사업에 참여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그때 고프레드의 나이는 고작 12세. 종업원수 7명의 가내수공업 형태였다.

지금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단어가 된 LEGO 는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인 ‘LEg GOdt’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라틴어로는 ‘공부한다’ ‘모으다’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나무로 만든 장난감이 어느 정도 회사에 안정을 가져다 줄 무렵인 1949년, 레고사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소재의 블록 장난감을 만들게 되었다. 간단하면서도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으로서의 레고 신화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플라스틱 레고는 처음 덴마크에서만 판매되었고 간단한 블록 몇 개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인기를 끌자 곧 세트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블록과 수만가지 형태의 디자인이 개발됐다. 레고사는 곧 레고랜드, 레고 미디어, 레고 생활용품, 교육센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그 결과 지금은 125개국에 걸쳐 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빌룬의 레고랜드는 레고라는 라이선스 아래 만들어진 테마파크이다. 1968년 6월 7일 약 3만평의 땅 위에 세워졌다. 창업주의 아들인 고프레드가 레고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이 테마파크에는 첫 시즌에만 약 62만5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금까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무려 2500만명. 완구산업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단일 아이템으로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훌륭한 전례를 보여준 셈이다.

매년 여름이면 오덴세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중심으로 연극축제가 열린다.사진제공 스칸디나비아관광

레고랜드는 마치 거대한 장난감상자를 쏟아부은 듯한 느낌을 주는 테마파크이다. 입구에 있는 주차장의 알파벳 식별 코드조차 레고로 만들어져 있다. 레고랜드 안에는 몇 가지 주제로 만들어진 소규모의 ‘랜드’들이 있다. 우선 유럽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약 20분의 1 크기로 축소해서 만들어놓은 미니랜드가 있다. 유럽의 명소와 차, 거리의 사람들까지 실제와 거의 비슷하다. 최근에 만들어진 공항이나 항구, 요트 등도 볼 수 있다.

‘듀플로랜드’는 레고랜드를 방문하는 가장 어린 손님을 위한 장소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이 몰고 다니는 차와 놀이기구는 모두 레고블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서커스 ‘듀플로니(DUPLONI)’가 인기다. 해적을 모티브로 한 ‘해적랜드’와 미국 서부의 풍경을 모아놓은 ‘레고레도(LEGOREDO)타운’도 있다. 해적랜드에선 방문객들이 보트를 타고 지역을 구경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레고레도타운에는 금광이 있어서 사금채취에 참여하면 그것을 이용해 동전을 만들어 주는 이벤트도 있다.

레고랜드가 현대적이며 과학적인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한다면 오덴세는 그야말로 동화적 상상력을 재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를 알리는 몇 가지 코드 중 가장 매력적인 테마는 사실, 안데르센이라는 동화작가다. ‘미운 오리 새끼’와 ‘성냥팔이 소녀’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는 1805년 오덴세에서 태어났다. 오덴세라는 지명은 여신 프레이야가 ‘오딘을 보라’고 외쳤다는 북유럽 신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었던 안데르센이 유년기를 보냈던 집을 비롯, 그의 흔적들을 더듬어볼 수 있는 장소들이 곳곳에 보존되어 있다.

시내에는 안데르센의 생애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안데르센박물관이 있고 안데르센공원이라고 명명된 장소엔 시인의 동상이 크누트 교회를 배경으로 서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백조 조각이나 허브정원들을 구경할 수 있다.

레고랜드 안에는 아이들이 직접 작동해보고 즐길 수 있는 참여형 모델들이 많다. 사진제공 구현서

또 일년 내내 상설로 연극이 공연되며 한 여름엔 동화연극축제가 열리는 오덴세극장도 있다. 한 여름 이곳에서 거의 모든 동화 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유럽 전역에서 찾아와 도시는 온통 어린이들로 북적거릴 정도이다. 동화에 나오는 이름을 상호로 하는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그 유명한 ‘데니시 페이스트리’(덴마크에서는 비엔나브뢰드로 불린다)를 맛볼 수 있는 제과점도 두집 건너 하나씩은 있어 거리를 걸으며 쇼핑하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특히 안데르센박물관에는 그가 쓴 동화, 시, 기행문, 소설, 희곡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로렌스 올리비에, 리처드 버튼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읽어주는 동화 테이프와 샤갈, 달리 같은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삽화와 포스터, 각 나라말로 번역된 작품집들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일대는 역사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고 밝은 색으로 칠해진 작은 집들이 정연하게 늘어서 마치 동화속 나라로 걸음을 옮긴 듯한 느낌. 오덴세는 언제 찾아가도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레고트래픽랜드’에서는 8세부터 13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20분간 운전교육과 실습을 해 주고 랜드에 마련된 코스를 완주하면 레고랜드 운전면허를 발급해 준다. 이처럼 조형물을 감상하는 정적인 투어가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즐기는 동적인 활동이 많은 것이 레고랜드의 장점이다.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가면서 레고로 만들어진 북미의 야생동물들과 야생초원을 구경할 수 있는 ‘레고카누’투어나 레고로 만들어진 로봇이나 우주선, 우주정거장이 있는 ‘레고테크닉’랜드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테마랜드다. 레고테크닉랜드에서는 로봇을 무선조종할 수 있다.

레고랜드 전체의 각종 모형을 만드는 데 사용된 레고는 약 5000만개. 레고랜드 안에는 손톱만한 크기의 장식품까지 전 세계에서 모은 미니어처 3000점을 전시하고 있는 티타나 궁전,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약 400여점의 인형을 모아둔 인형박물관도 있다. 1589년에 만들어진 ‘마들렌 르노’인형부터 바비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인형들이 수집, 전시되어 있어서 전세계 인형 수집가들에게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다.

또 1989년부터는 이곳에서 레고 월드컵이 열려 전세계 어린이들이 참여, 열띤 조립경쟁을 벌인다.

레고랜드는 빌룬 외에 영국 윈저(1996), 미국의 캘리포니아(1999), 독일의 군츠버그(2002) 등 3곳에 더 건설됐다. 최근 우리나라와 경합 끝에 중국에 다섯번째 레고랜드 건립이 확정됐다.

●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덴마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중국 베이징에서 스칸디나비아 항공(02-752-5121)의 직항편이 매일 있고(베이징∼코펜하겐 구간의

소요시간은 9시간45분) 유럽 각지에서

국제선을 이용, 코펜하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코펜하겐에서 빌룬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약 35분 정도면

도착한다. 빌룬 공항에서

레고랜드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다.

기차로는 코펜하겐에서 프레데릭스하운 방면으로 달리는 인터시티(매시

55분 출발)를 타고 약 3시간30분 후

베일레에서 하차해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레고랜드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약 40분 소요).

코펜하겐에서 레고랜드까지 당일치기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덴마크 여행에 관한 정보는

덴마크관광국(www.dt.dk) 또는

스칸디나비아관광국(www.visitscandinavia.or.kr, 02-777-5943)에서

얻을 수 있다.

2. 레고랜드 정보(www.lego.com)

개관시간은 3월 29일부터 10월 26일까지는 오전 10시∼오후 8시,

놀이기구는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 요금이 어른 기준

275덴마크크로네(약 4만8000원)이다.

3. 기타 정보

빌룬에는 레고랜드 호텔

(www.hotellegoland.dk)이 있다.

레고랜드 안에 마련된 호텔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레고와 관련된 다양한 모형을

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이색

경험이 된다. 숙박객에게는 레고랜드 입장료가 절반값인 130덴마크크로네로 할인된다. 숙박료는 싱글룸 기준

1095덴마크크로네, 트윈룸은

1395덴마크크로네.

4. 레고 관련 사이트들

레고 공식 홈페이지(www.lego.com) 외에 국내 레고 마니아들의 모임인 www.legoinside.com, 레고 조립 매뉴얼과 스캔 라이브러리, 사진 갤러리가 돋보이는 www.brickshelf.com 이 있다.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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