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춤사위 80년세월 나빌레라…김천흥옹 '무악인생 공연'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8분


2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악인생 8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 김천흥옹이 '춘앵전'을 춤추고 있다. 사진제공 공연기획210

2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악인생 8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 김천흥옹이 '춘앵전'을 춤추고 있다. 사진제공 공연기획210

아흔해가 넘는 세월도 그의 뜨거운 ‘무대 열정’을 꺾진 못했다.

심소 김천흥(心韶 金千興·94)옹. 1922년 이왕직 아악부에 들어가 궁중무악 살풀이 승무 등을 배우며 국악에 입문한 그는 80년째 한국 전통 음악의 맥을 이어온 ‘국악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 위에서 직접 춤추고 연주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국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김옹의 ‘무악(舞樂) 인생 80주년 기념 공연’이 25일 오후 7시반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김정자 서울대 교수, 정재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산수무악연구회’, 국립국악원 단원 등 그의 제자들이 ‘종묘제례악’ ‘처용무’ 등 김옹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받은 작품을 모아 헌정 무대로 꾸민다.

‘춘앵전’과 ‘영산회상’으로 직접 무대에 오르는 김옹은 “비록 몸도 마음도 늙었지만 제자들이 애써 만들어준 무대에서 깊은 세월의 맛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춤과 연주 하나씩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2편을 골랐습니다. 꾀꼬리 소리에 도취한 감흥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춘앵전’은 아악부 시절에 배운 춤이어서 나와 80년을 함께 한 작품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영산회상’에서 선보일 양금(洋琴) 연주는 전통 현악기 중 맑고 정갈한 소리가 일품이지요.”

그는 이번 행사에서 전통 춤의 순서 등 그동안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자료들을 묶은 ‘궁중무용 정재무도홀기(呈才舞圖笏記) 창사악보(唱詞樂譜)’도 발간한다. 그는 “궁중무용에서 사용된 한문시, 가곡의 가사들을 풀이한 이 책이 후학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공연. 02-580-3300,02-766-5210.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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