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주방공간, 동선 짧아지고 수납공간 커져

  • 입력 2002년 6월 27일 16시 22분


'스나이베로' 제품. 밀라노가구쇼 출품작
'스나이베로' 제품. 밀라노가구쇼 출품작
4월에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 박람회 등 세계적인 가구쇼를 살펴보면 주방 인테리어 분야에 있어 기능성, 즉 주방의 ‘지능’이 놀랄만큼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벽을 향하게 설치된 일반 싱크대 외에 제2의 작업대가 부엌 가운데에 따로 떨어져 있는 ‘아일랜드(섬)’형이나 싱크대와 같은 높이의 작업대가 싱크대 중간에서부터 부엌 가운데 방향으로 길게 붙어 있는 ‘페닌슐라(반도)’형이 각종 가구 박람회의 주류를 이룬 점은 동선의 경제성을 강화한 사례다.

일반적으로 ‘ㄱ’자형 주방이나 일자형 주방의 경우 주부의 작업 동선이 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주방은 몸만 돌리면 제2의 작업대까지 연결해 조리를 할 수 있고 작업대를 식탁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벽쪽에 붙어있는 싱크대에서 ‘고독한 작업’을 해야 했던 신세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눈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큰 효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같은 주방 형태를 가진 가정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싱크대 상하단에 위치한 각종 수납공간이 대형화하는 점은 ‘시간적 경제성’을 위한 것이다.

늘어나는 맞벌이 가정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주방 수납장은 대부분 작은 서랍이 여러 개 달려 있는 방식이어서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일일이 열어 찾아야했다.

더욱이 주방 살림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하루 중 잠깐씩만 주방에 출입하게 되는 직장 여성들의 경우 “물건 찾는 시간이 요리하는 시간보다 오래 걸린다”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일이 많다.

그래서 문을 한번만 열면 그 안에서 모든 내용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작은 수납장을 없애고 하나의 대형 수납장으로 통일시키는 디자인이 많아지고 있다. 문을 여는 방향도 열어 놓은 상태에서 방해받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당겨서 여는 방식이 아닌 위로 열어 젖혀 놓는 방식을 채택하는 예가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클리나프’ ‘도요 키친’ 등의 업체에서 키가 작은 주부들을 위해 스위치만 누르면 높은 곳에 붙어있는 수납장이 눈높이까지 내려오는 부엌가구를 선보였다.

현재 부엌가구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단순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업체인 ‘아크리네아’ ‘비노바’ ‘다다’ 등은 모두 올 신상품으로 화이트 오크로 만든 밝은색의 가구들을 대거 선보였다. 오크로 가구를 만든다고 하면 나이테가 보이도록 나무의 직각방향으로 자르는 것을 공식처럼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부터는 나뭇결 방향대로 커팅해 줄이 보이도록 커팅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이를 놓고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빌트인 되는 인텔리전트 가전 기기들이 대개 금속제품이다보니 보다 현대적이고 사이버 느낌이 나는 스트라이프 무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주방 인테리어에 맞게 빌트인 되는 주방기기들 또한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용도의 품목들이 많다.

담은 음식이 식지 않도록 접시 등 식기류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식기 가열기(dish warmer)나 직접 원두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그 예다.

김윤희·㈜한샘 개발실 주임연구원

●신개념 주방공간 주방기기

▼'아일랜드'형 주방

벽을 향해 고정된 싱크대에서 분리돼 부엌 한가운데 작은 작업 공간대가 따로 떨어져 있는 ‘아일랜드’형 주방. 이탈리아의 ‘살바라니’ 제품. 엄연히 또 하나의 싱크대지만 아랫부분이 뚫리게 디자인돼 식탁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수납 공간이 줄어드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밑에 바퀴가 달린 이동식 서랍을 따로 마련했다. 주방 맞은편에 빌트인 텔레비전을 설치해 제2의 거실로도 활용할 수 있다.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쇼 출품작.

▼'페닌슐라'형 주방A

‘페닌슐라’형 주방 인테리어.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것으로 화이트 오크의 가로 무늬를 활용한 싱크대가 모던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작은 서랍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큼지막한 수납장으로 대신했다. 서랍식으로 된 싱크대 아래 서랍장도 선 채로 당겨서 빼면 몸을 구부리지 않고도 내용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반도’처럼 튀어나온 제 2의 작업공간은 식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 ‘SOF’ 제품.

▼'페닌슐라'형 주방B

이탈리아 부엌가구 전문업체 ‘SCIC’가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출품한 작품. 페닌슐라형으로 반도(半島)처럼 튀어나온 작업대 밑부분에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관한 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문을 달았다. 벽 윗부분에 붙어있는 수납장에도 반투명 미닫이문을 달아 부엌 이미지를 밝게 하고 내용물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벽에 붙어있는 또 하나의 수납장은 여닫이형으로 한 번 위로 젖혀 놓으면 내려오지 않고 고정돼 있다.

▼전자동 커피메이커

밀레의 전자동 커피메이커는 커피 원두를 원하는 굵기로 갈아주는 그라인더와 커피용 물을 내리는 필터, 우유 거품을 만들어주는 스팀 노즐이 내장돼 있다. 사용한 원두찌꺼기는 자동으로 커피메이커 안에 들어있는 찌꺼기통으로 나가게 설계됐다. 대형, 표준형, 에스프레소용 등 원하는 양 대로 커피를 뽑아먹을 수 있다. 380만원대. 02-3451-9451

▼플레이트 워머

식사 시간 내내 음식물을 따뜻한 온도로 유지해주는 플레이트 워머는 서구 유럽과 미국의 중상층 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접시를 잡았을 때 표면이 따끈따끈하게 느껴질 정도인 71도로 유지해 준다. 대형 접시 12개를 포개어 넣을 수 있는 정도의 용량. 독일 가전기기 전문 브랜드 ‘밀레’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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