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림책고르기 다섯고개]가슴 울리는 우리의 삶 '폭죽소리'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31분


폭죽소리/리혜선 글 이담 김근희 그림/20쪽 7000원 길벗어린이

그림책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까?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책,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는 책, 교훈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인가를 눈여겨 보자. 여기에 하나를 더해 우리의 정서가 담긴 그림책인가를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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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소리’(그림)는 조선시대가 끝날 무렵, 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종자 씨 한 됫박에 중국인 집에 팔려간 열살 남짓한 소녀 옥희는 주인 집 병든 할머니 수발에다 식모살이로 힘들게 살아간다. 계속되는 안주인과 쌍둥이 딸의 구박에 마음까지 힘들지만 옥희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마음은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으나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해 본 적이 없는 옥희는 어느 날 한복 입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이야기를 전해듣고 무작정 그 곳을 향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흐른다. ‘쥐불놀이’를 하는 개간민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옥희가 살던 곳은 항상 황야를 태우는 연기로 자욱했다. 사람들은 연기가 많은 곳이라고 그 곳을 ‘앤지(燃集)’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글자만 바꾸어 ‘얜지(延吉)’라고 부른다. 가슴 찡한 옥희 이야기와 무거운 느낌의 그림에 암울했던 옌볜의 역사가 담겨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 비평가 폴 아잘은 ‘책, 어린이, 어른’이란 책에서 “어린 시절에 처음 읽은 책과 처음 본 그림에 의해서 자기 나라의 지난 역사와 전통의 훌륭함을 알고 강한 조국애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책과 그림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차고 들어 일생 동안 간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그림책이 넘쳐나고, 아이들이 접하는 첫 그림책이 외국 작품인 경우가 훨씬 많은 현실에서 한 번쯤 새겨 들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책 고르기 다섯 고개를 다 넘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그림책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기준이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명확한 안목을 길러보자. 그러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즐겨보자.

조 현 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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