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택배엔 '달리는 지도'가 최고죠"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59분


“빨리 빨리! 시간 없어요. 물건 실었으면 빨리 출발하세요.” 26일 오전 7시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2층 주차장. 백화점이 개장하려면 아직도 3시간이나 남았지만 직원과 아르바이트 인력이 총동원돼 ‘추석선물 특송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과일세트는 보자기,갈비 등 육류세트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차에 실었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백화점 물류차량도 부족해 개인택시까지 ‘작전’에 가담했다.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운전사들이 대부분인 데다 서울의 도로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달리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이날에도 10여대의 택시가 각 구로 배정돼 특송작전에 나섰다. “택시기사로 20년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백화점에서도 개인택시 기사들의 기동성과 노하우를 인정해 준 것 아니겠어요? 하루에 25개 정도의 물건을 배달하면 일당이 12만원이어서 수입도 짭짤해요.”

택시운전사 임종완씨(61)의 핸들링이 멈춘 곳은 중구 황학동의 비좁은 골목길.

미리 휴대전화로 배달할 곳을 파악해놓은 아르바이트 대학생 허정은씨(23·여·건국대 화학과 4년)는 임씨의 차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후닥닥’ 정육 선물세트를 전해주고 확인서명을 받아냈다.

허씨는 “배달 서비스는 학교 축제기간을 이용해 추석 전 10일만 하는 ‘특별’ 아르바이트”라며 “일당 3만8000원을 받는 고액 일자리여서 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추석 특수(特需)로 배송물량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했기 때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개인택시와 콜밴을 확보하는 등 추석선물을 제때 배달하기 위해 24시간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이 추석 행사기간 중 확보한 물량은 모두 16만건으로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났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아르바이트 학생 3500명(연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고 개인택시와 용달차 등 5000대의 차량을 풀 가동하고 있다.

10만건의 배송물량을 확보한 현대백화점은 인공위성을 통한 지리정보스템(GPS)을 이용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위성을 통해 배송차량의 위치 등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고객에게 배송정보와 결과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준다.

하루 평균 1만3000여건의 추석선물을 배달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GPS를 이용하는 것 외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탑차 50대를 이용해 ‘쿨(Cool)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백화점과는 반대로 재래시장은 ‘대목’에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상인 이모씨(55)는 “지금쯤이면 상점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어야 정상이지만 손님이 뜸해 도통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추석 특수도 백화점만 누리고 재래시장은 비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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