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 초등교 40% , 촌지시비 우려 스승의 날 휴교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45분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초등학교 10곳 가운데 4곳은 휴교(자율 방학)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불거지곤 하는 ‘촌지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교 536개교 가운데 15일 휴교하는 학교는 216개교(40.3%). 14일에는 30개교, 16일에는 13개교가 휴교한다.

15일은 평일이지만 올해부터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방학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상당수의 학교가 휴교를 결정했다.

학교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옛 스승 찾아뵙기’ ‘스승의 은혜 깨닫기’ 등이지만 실제 이유는 ‘스승의 날은 촌지 받는 날’이라는 일부 교사와 학부모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K초교 이모 교감은 “교직원 회의를 통해 촌지 문제로 물의를 빚기 전에 아예 학교 문을 닫고 교사들 스스로 자성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S초교 이모 교장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휴교를 제안했더니 교사들이 대 찬성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승의 날 휴교 결정에 대해 많은 학부모와 교사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휴교가 촌지를 없애는 데 실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교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교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주부 김모씨(40·서울 성북구 안암동)는 “지난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스승의 날에 휴교해 학부모들이 휴교 전에 찾아가 선물을 전달했다”면서 “하루 휴교한다고 촌지나 선물을 줄 사람들이 안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선경(康善璟·41·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아이를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께 작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을 휴교로 막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휴교 소동’에 교사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Y초교 이모 교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미리 말했다”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말까지 해야 한다니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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