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재산약정' 국내1호 나온다…6월결혼 이상호-이지용씨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37분


예비부부가 결혼 후 재산의 관리와 이혼시 처분방법 등에 대해 미리 계약을 하는 ‘부부재산약정등기’ 신청(본보 3월13일자 A21면 ‘로섹션’ 보도)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기된다.

이는 민법 828조 ‘부부재산약정제도’를 활용한 것. 이는 여권신장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때문에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다.

6월 23일 결혼하는 결혼정보회사 직원 이상호씨(36)는 예비 부인 이지용씨(28)와 부부재산약정을 하고 이를 법원에 등기하기 위해 19일 법률회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씨는 다음주 초 이 약정서를 서울지법에 제출하고 등기할 계획.

이씨 부부의 계약 내용은 우선 주택과 두 사람의 월급, 상속재산 등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하고 각자의 주식투자와 신탁수익금 자동차 등은 별도의 재산으로 각자가 관리한다는 것. 월급의 관리주체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주택에 대해서는 남편과 아내가 6 대 4의 비율로 재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씨 부부가 이 약정서를 법원에 등기하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약정과 다른 내용으로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하기를 원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또 만약 이혼하게 될 경우 이 약정에 따라 재산이 분할된다.

15일 결혼식을 올린 장모씨(여) 부부도 혼인신고 전 부부재산약정등기를 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계약내용을 구상중이며 다음주 초 서울지법에 등기를 신청할 계획. 장씨의 경우 부부의 맞벌이 월급을 모두 자신이 관리하고 자신이 가지고 온 재산은 남편의 간섭 없이 자신이 관리한다는 ‘파격적인’ 계약을 할 예정이다. 장씨는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남편과 상의해 동의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씨와 장씨 부부가 법원에 등기를 신청하면 그동안 사문화됐던 ‘부부재산약정제도’를 처음으로 이용하는 부부들로 기록된다.

이씨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 아내의 가사와 육아를 돕거나 사회생활을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재산에 관한 권리도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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