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가 조언하는 '영어유치원 고르는법'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5분


《‘영어유치원’ 바람이 뜨겁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는 서현역 주변에만 10여곳이 밀집해 있는 것을 비롯해 무려 60여곳이 들어서 있을 정도. 대부분의 영어유치원들은 유치원 과정을 외국인 강사가 영어로 수업하며 하루 4시간 정도 수업하고 월 40만∼80만원 정도를 받는다. 학부모의 기대대로 자녀가 ‘준(準)네이티브 스피커’로 거듭날 수 있을지, 올바른 영어유치원이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물었다.》

▽‘환상’을 깨자〓영어유치원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고 읽고 듣는 것’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실제 수업을 참관해보면 명쾌하게 오고가는 대화는 ‘굿모닝’‘Sit Down(앉아요)’‘Line Up!(줄서요)’‘굿바이’ 정도다. 나머지는 보디랭귀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A butterfly is on the leaf(나비가 나뭇잎 위에 있어요)’를 연방 반복하며 색종이 나뭇잎에 나비 모양을 갖다 붙였다 뗐다 하면 아이들이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 영어유치원측에선 “지금 무의식중에 익힌 영어가 큰 잠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정말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영어를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같은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인 교사도 있어야〓간혹 교사와 유창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어린이도 눈에 띄지만 이들은 대부분 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가 외국인 교사와 함께 있으면 무작정 말문이 트이길 바라는 건 어린이들 앞에 매일 AFNK를 틀어놓으면 ‘언젠가 알아듣겠지’하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이는 오히려 영어에 대한 ‘원초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인 교사는 한국 아이들의 수업 이해 정도를 가늠할 수 없으므로 한국인 보조 교사가 수업시간에 함께 들어가 아이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영어학원’은 안돼〓‘영어유치원’이란 말이 자연스레 통용되지만 이 ‘유치원’들은 사실상 ‘영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어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치원 원장이 되려면 7∼10년 정도의 교사 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학원은 누구나 원장이 될 수 있는 게 현실. 2∼6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구사의 기술보다 ‘전인교육’이므로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교사들이어야 한다.

실제로 검증되지 않은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 들어 온 외국인들은 학원과의 계약조건이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며칠만에 학원을 그만두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정을 붙였던 교사가 수시로 바뀌면 아이들에게는 ‘영어’ 이전에 불안장애가 올 수 있다.

학부모들은 최소한 외국인 교사가 ‘교육허가(E2)비자’를 소지했는지, 최소 6개월 이상 한국에 체류할 것인지를 학원 측에 문의해 보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안은 없나〓전문가들은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를 1순위로 꼽는다. 단순히 ‘영어’라는 도구에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자녀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 외국인 음성으로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주로 이용하며 가끔씩 어머니가 직접 읽어주는 것을 권할 만 하다. 자녀가 싫증을 내지 않도록 미리 줄거리를 한국어로 얘기해 주는 것도 좋다. 자녀에게 굳이 ‘말’을 강요하지는 말고 동화책에 나오는 대사 한두 마디라도 즐기며 따라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영어유치원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영어 노래’도 대부분 테이프 교재를 구할 수 있으므로 집 안에서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도록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