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어린이 철학교실 인기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03분


◇꼬리문 '?'에 '생각 주머니' 커져요

어느 학원의 수업 풍경 하나.“글자 대신 숫자를 쓰면 어떤 게 편할까.”(교사)“이름을 못 부르잖아요. 불편해요.”(남현주·

안양 중앙초등 1년)“아니야. 이름도 암호처럼 숫자로 정하면

재미있을 거야.”(김지향·서울 신중초등 1년)같은 학원의 다른 교실 수업풍경.“나누기는 왜 필요할까?”(교사)“피자를 함께 먹으려면 나눠야 하잖아요.”(강석문·서울 당곡초등 3년)

“(웃으며)그래 맞아. (피자 그림을 그리며) 그럼 분수가 왜 필요한지 함께 생각하고 얘기해보자.”(교사) 서울 관악구 봉천동 어린이철학연구소에 딸린 학원에서 반마다 5, 6명씩 둘러앉아

‘철학 수업’을 받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 신도시에는 이처럼 철학 공부를 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철학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더불어 일부 보습학원과 논술학원에서 논술과 면접 등 대학 입시에 대비해 초등학생에게 철학 교실을 개설하고 ‘독서토론반’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사고-창의력 키운다" 각광

▽어린이 철학 교육 필요한가〓어린이의 몸이 커지듯 생각도 자라는 만큼 이를 북돋워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코어린이철학교실 김태순 실장은 “어린이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나’ ‘사람은 왜 죽는가’ 등은 옛날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의문과 비슷하다”면서 “철학 교육이란 용어가 다소 거창한 감이 있지만 사실은 생활 속에서 부닥치는 다양한 의문을 대화 토론을 통해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생활 교육”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이순형(李順炯)교수는 “현재 학교에서도 도덕과 사회과목을 통해 철학교육을 하고 있지만 학급 인원이 많다 보니 토론식 수업이 안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아직 초창기인 철학 교육 학원의 교습에 기대기보다 부모와 자녀가, 어린이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대화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녀 질문 함께 고민해야

▽철학 공부 어떻게 할까〓전문가들은 일상 생활에서 늘 ‘왜’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훈련을 권한다. 특히 자녀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아야 하는 등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충고다.

어린이철학연구소 박민규 소장은 “주어진 상황에서 철학적 문제를 찾아내고 탐구하는 게 중요한데 주로 대화와 토론, 책읽기가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책을 읽고 글쓰기와 발표를 통해 자기의 생각이 옳은지 확인하고 보완하는 방식을 병행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철학 교육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집에서 자녀를 대등한 인격체로, 대화 상대자로 대하면서 자녀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의문을 자유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이란 철학자의 명저에 갇힌 어려운 학문이라기보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법이기 때문이다.

▽철학교육 현황〓어린이철학연구소(02―883―3695)와 같은 건물에 위치한 낙성대철학교실(02―889―8762)을 비롯해 송파(02―409―9366) 상계(02―934―4893) 강남(02―532―3282) 분당(031―781―3462) 등 5곳의 어린이철학교실과 일산 신도시의 비코어린이철학교실(VICO·031―916―8722) 등이 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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