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디지털은 자유다' 정보를 나눠라!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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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이 실감되지 않을지언정 디지털세계의 지적 재산권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프로그램 ‘냅스터’에 잠정폐쇄명령을 내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전송권’ 등 새로운 개념을 담은 새 저작권법이 발효됨에 따라 인터넷상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피라이트’ (copyright·저작권)에 대응하는 ‘카피레프트’ (정보공유〓copy·복사하다+left·내버려둔) 운동에도 눈길이 쏠린다.

클릭 몇 번으로 타인의 문장과 아이디어, 노래를 끌어내 사용할 수 있는 세상. 창작에 대한 댓가를 매번 지불해야 할까, 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해야 할까.

‘애써 만든 건데 보답을 해야지’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공용화운동의 리더인 리처드 스톨먼의 도발적 문제제기를 들어보자. ‘기존의 멜로디, 화음, 악기 조합에 일일이 특허를 인정한다면 누가 고소당할 각오 없이 교향곡을 쓸 수 있는가.’

공유적 지적재산권 모임 ‘IP레프트’ 회원인 열 명의 저자들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나타낸다. ‘지적 재산권은 역사적 배경과 필요에 따른 사회적 합의일 뿐, 사회변천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발명특허를 예로 들어보자. 특허권의 인정 자체가 ‘발명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어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었고 그러한 인센티브는 실제로 기술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발명이 개인적 작업의 차원을 벗어나 수많은 기술의 집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 특정 업체에 특정 기술을 독점시키는 것은 오히려 기술혁신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하물며 개인이 아닌 기업이 특허매입을 통해 기술독점을 꾀하는 것은 이 책에서는 ‘반사회적’이기까지 하다. 인터넷 업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이미 세기초에 특정 회사가 전화기 생산의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특허를 사들인 결과 라디오의 발명이 늦어졌고, 백열등을 독점생산하던 회사는 형광등에 관련된 특허를 사들여 묶어둠으로써 형광등이 뒤늦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책은 지적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책은 △지적재산권은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타인, 특히 기업에 양도나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특허권 보호기간은 10년 이내로 △컴퓨터 프로그램은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접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방안을 제시한다.

진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책의 일부 내용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반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적 창조자를 위한 보상으로 ‘지식과 정보 생산을 통해 얻는 기쁨’ 이상의 구체적 요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적 산물의 가치는 사회가 만든 산물’이라는 주장도 지적 작업에서의 개인적 ‘부가가치’가 가진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특허권과 지적 재산권이 사회적 역사적 합의의 산물임을 적시하고, 공익을 위해 개방된 분위기에서 진지한 토의를 촉구한 점은 책이 가진 시의적절한 미덕이다.

▼'디지털은 자유다' / 홍성태 외 10인 지음/ 이후 펴냄/ 286쪽 9800원▼

[용어해설]

◇지적 재산권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개인 또는 집단의 지적(知的) 창조물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를 통칭하는 말. 리처드 스톨먼은 지적 재산권 개념 자체를 부정하면서 ‘인위적 독점’(artificial monopolies)이라는 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

◇냅스터

미국의 대학생 숀 패닝이 만든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한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서 압축 음악파일(MP3)을 복사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전송권

7월 개정된 저작권법에 신설된 권리조항으로 지적재산권자가 전자매체를 통해 저작물을 유포할 수 있는 권리. 기존 출판사에 출판권 설정이 돼있는 저작물도 작가가 임의로 전송권을 발휘해 전자책 출간등 새로운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카피레프트

복사(copy)와 내버려둔 (left)의 합성어로 ‘베껴가도록 내버려두어’ 정보의 공유를 가능토록 하는 권리 또는 그 주장. 저작권(카피라이트·copyright) 의 ‘오른쪽’ (라이트) 에 저항한다는 ‘왼쪽’(레프트)의 의미도 담고 있다.

△리처드 스톨먼:현 자유소프트웨어 (FSF)회장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를 공용화하도록 주장하는 ‘오픈 소프트’ 운동의 주창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운영체계 ‘그누/리눅스’의 개발자. 47세.

1999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지적재산권과 독점문제 토론회’ 참가자들이 모여 결성한 지적재산권 연구모임.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대안과 카피레프트 운동 등에 대한 토의 및 홍보에 주력.

△소스코드: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가 C,C++,베이직 등의 고급 개발언어로 작성하는 프로그램 지시어. 컴퓨터가 해독하기 전에 기계어로 변환된다. 공개하지 않는 한 개발자 이외에는 수정이 불가능.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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