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대란 위기]휴폐업 전국 확산…교수들도 가세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33분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중단키로 결정하고 그동안 다소 소극적이던 동네의원 폐업투쟁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9일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주재로 의약분업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분업문제점 보완, 의보수가 인상, 전공의처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의료계 폐업 확산〓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비상총회를 열고 10일부터 외래진료를 일제히 중단키로 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의대 부속 9개 병원 교수들은 11일부터 외래환자를 받지 않는다.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8일 밤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11일부터 전면 재폐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며 전임의협의회도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일체의 진료행위를 하지 않고 응급의료체계 유지에만 협조키로 결의했다.

▼관련기사▼

[의료계 재폐업 초읽기]醫-政대화에 "혹시라도…"
[의료대란]환자들 "정부도 의사도 문제"…韓方으로
[의료대란 위기]검찰 "폐업 지도부 전원 사법처리"

문을 닫는 동네의원은 서울 인천 대전 울산 등 12개 시도로 늘어나 폐업 참가율이 21.7%로 하루 전인 8일(16.5%)보다 높아졌다.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률은 각각 81.3%와 69.9%로 집계됐다.

▽정부 대책〓정부는 9일 오후 이총리 주재로 재정경제 행정자치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의협의 전면 재폐업 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계 재폐업은 명분이 없으므로 주동자는 사법 처리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의약분업 문제점 보완 △의보수가 인상 △의료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 △전공의 처우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계 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김재정(金在正)의협회장 등 3명을 만나 폐업사태를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제의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회장 등은 이날 면회에서 “의약분업은 원칙대로 실시해야 하며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분업실시로) 정서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데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불편〓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일정이 대부분 취소되고 외래진료도 예약환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병상가동률은 대부분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의대 교수들이 자원봉사형태로 근무하는 전공의들과 함께 응급실 중환자실만 가동하고 있어 환자들이 계속 불편을 겪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10일 수술을 받기로 돼 있던 이상남씨(26·여)는 “9일 오전 집으로 내려가서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수술약속을 거리낌없이 어긴 의사들의 양심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