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솔로몬의 반지'/동물이 인간과 대화한다고?

  • 입력 2000년 6월 30일 20시 35분


▼'솔로몬의 반지' 콘라드 로렌츠 지음/ 사이언스 북스/ 260쪽 1만원▼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은 다른 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것은 동물이라는 종을 우리 인간 보다 한 차원 낮은 단계의 생물이라는 관념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들여다보면 마치 내가 동물들 속에서 그 동물이 되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을 의인화해 이해하려고 하는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동물에게 눈높이를 낮추면 동물이 달리보인다. 이 책의 저자 콘라드 로렌츠는 솔로몬왕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동물과 대화를 한 사람이다. 이 책은 1949년 초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판을 거듭하여 영어판과 일어판으로도 전세계인에게 소개되었다.

로렌츠(1903∼1989)는 동물행동학자로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이다. 일찍이 그는 칼폰 프리쉬와 니코 틴버겐과 함께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과학적 통찰력은 다윈 이후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만일 방 안에 길들여진 쥐가 집안을 뛰어 다니며 이불을 갉아 살림을 차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로렌츠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기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게 해서 동물들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려냈다. 칼폰 프리쉬가 가지고 있던 앵무새의 우스꽝스런 행동을 이렇게 적고 있다.

‘프리쉬는 그 새가 똥을 누기만 하면 몇 분간 방안에 풀어 놓아 자유롭게 날도록 해 주었다. 그동안에는 배설물로 방과 가구를 더럽힐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앵무새는 이 관계를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알아차렸다. 그 새는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것을 지극히 좋아했기 때문에 프리쉬가 새장에서 가까이 가기만 하면 억지로 애를 써서 조금이나마 똥을 누려고 했다. 뭔가 나오지 않을 때면 절망적으로 몸부림치면서 괴로워 했다.’

동물행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책을 읽었던 나는 어려서 보았던 파브르 곤충기를 떠올렸다. 파브르 곤충기가 동물들의 행동을 의인화한 글이라면, 로렌츠가 동물과 대화하는 이야기는 내가 동물의 어미가 되기도 하고 가끔 무리 구성원이 되어 인간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연의 진실한 모습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을 새로운 세계에서 바라보게 한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이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권리이다.

그는 ‘자연의 진실은 우리 인간이 동물의 깊은 곳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랑과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을 지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깊은 성찰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임을 깨닫게 해준다. 김천혜 옮김. 260쪽 1만원.

박시룡(한국교원대교수·동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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