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만성피로 증후군도 의보대상"판결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34분


신종 질병인 ‘만성피로증후군’도 질병의 일종으로 의료보험 대상이므로 병원이 증후군 환자들에게 과다한 비보험 진료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최동식·崔東軾부장판사)는 최근 서울의 내과병원장 박모씨에 대해 환자 46명이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박씨는 의료보험을 적용했을 경우 환자들이 내지 않았을 1억90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만성피로증후군’이란 수면부족이나 과로 긴장 등으로 인한 일시적 피로와는 달리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활동이 이전의 50% 이하로 감소될 정도의 피로증세를 나타내는 질병.

재판부는 “의료보험법 등 관련 규정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이 규정 어디에도 ‘만성피로증후군’이 보험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는 규정 이외의 비싼 수입약품을 사용해 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환자들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지만 의료보험법은 강행규정이므로 각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 46명은 96년부터 99년까지 박씨의 병원에서 3∼370회씩 치료를 받았으며 병원측의 비보험대상이라는 말을 믿고 1인당 1700여만원까지 치료비를 냈다.

박씨의 대리인인 김모 변호사는 “기존 의학이 예상치 못한 신종 질병을 ‘비보험대상’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보험처리한다면 고가(高價)의 치료가 불가능하고 연구개발도 지연된다”고 반박, 서울고법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의료보험연합회 등은 99년 9월부터 박씨에 대해 의료보험법 위반을 이유로 의사 자격정지 4개월 등의 행정처분 2건을 내렸으며 박씨는 이에 불복,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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