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요정' 안트리오, 예술의 전당서 콘서트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세자매 3중주단 ‘안트리오’. 그들은 자연주의자다. 탠을 해서 가무잡잡한 얼굴에 눈매가 서글서글하다. 배꼽이 드러나는 튀는 패션이지만, ‘아무 옷이나 주워입었다’는 말을 듣고보면 별난 옷도 아니다. 털이 북실북실한 반팔 스웨터나 7부 팬츠.

25, 28일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뉴욕 집의 거실분위기가 이럴까.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성격요? 저는 깔끔하죠. 안젤라는 지저분해요.” “아니에요! 제가 개를 좋아하니까 괜히 그러는 거라구요.”

쌍둥이 자매와 두 살 아래의 동생. 마리아는 첼로, 루시아는 피아노, 막내 안젤라는 바이올린. 98년 독일 EMI에서 드보르작, 수크, 쇼스타코비치의 3중주 음반을 깜짝발매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 음반협회가 주는 ‘에코 클래식 음반상’도 받았다. 깜찍한 세 요정은 미국 ‘보그’ ‘바자’ 지의 표지모델도 했다.

두 번째 음반 제목은 ‘안플러그드’(Ahn-plugged). 앰프를 쓰지 않는 자연음악이라는 뜻의 ‘언플러그드’와 안트리오의 합성어. “나무 질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클래식 실내악이 좋지 않아요”라고 묻는 듯하다. 화장품업체 ‘바디샵’ 임명 환경대사로 전세계를 돌며 환경보호 캠페인에 일조하는 점에서도 세사람의 ‘자연주의’가 묻어난다.

첫날 25일 공연은 트리오 콘서트. 현대 음악가이자 자매의 친구인 켄지 번치의 ‘슬로우 댄스’, 이웨이즌의 ‘다이아몬드 월드’등 현대곡. 그리고 드보르작의 3중주 f단조 등. 현대곡들은 새 음반 ‘안플러그드’에 실린 작품들.

둘째날은 97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하는 ‘대학 오케스트라의 명문’ 함신익 지휘 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 솔로악기의 자리에 3중주단이 들어앉는 독특한 작품,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이 협연곡. 예일 심포니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베버 ‘오베론’서곡도 연주한다.

연주도 자연주의? ‘안플러그드’를 CD 플레이어에 건다. ‘오블리비언’의 나사풀린듯한 나른함. 설계보다는 영감에 의존하는 듯한 면모는 역시 한껏 자연스럽지만, 한군데 흐트러져 있거나 삐걱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자연이 그렇듯이. “옷입기나 식성이나, 취향은 가지각색이지만, 음악만큼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일치해요.”

25일 공연은 오후7시반, 28일은 오후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만∼3만원. 02-598-827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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