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국제학술대회 개최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전남대 5·18연구소가 17일까지 개최하는 ‘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조지 카차아피스카 교수(미 웬트워스대 정치학)는 5일간의 ‘광주해방구’를 파리 소시민과 노동자들이 설립한 혁명적 노동자 정권인 ‘파리코뮌’에 견줄만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68혁명’ 연구 등 구미 신좌파 연구의 권위자인 카치아피스카 교수는 “이른바 ‘광주코뮨’은 1986년부터 필리핀 대만 태국 미얀마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독재정권을 타도하려는 민중봉기의 직접적인 자극이 된 역사적 계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나에게 고정점(固定點)을 주면 지구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한 아르키메데스의 말을 인용한 그는 “역사적으로 광주 봉기는 아시아 민중이 스스로 역사를 바꾸도록한 고정점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항쟁이 자극한 아시아 민주화운동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정밀한 연구를 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요한 갈퉁 교수(유럽평화대·평화학)는 5·18이 던진 여러 가지 역사적 함의 중에서 인권문제를 부각했다. 그는 “광주시민이 계엄군에 의해 짓밟힌 사건은 당시 유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세계화가 구호에 그쳤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도 더 이상 국가폭력이 가져올 고통을 걱정하고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광주행쟁으로 이뤄진 한국의 민주화는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고 투쟁으로 얻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동티모르 독립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카를로스 벨로 주교는 17일 “광주항쟁과 동티모르인 인민이 겪었던 비극은 21세기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으로 기억될 것”이란 요지의 폐막연설을 하게된다. 여기서 그는 “민주주의가 없다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인민의 재난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민주세력의 범세계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할 예정이다.

한편 동아시아 평화인권국제회의 한국사무국이 17∼20일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여는 ‘부활 광주,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 평화로’ 국제회의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온 350여명이 참여해 광주항쟁이 일본 시민사회, 오키나와 독립운동, 대만의 양안문제 같은 동아시아 시민운동에 끼친 영향을 살피고 연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이밖에 5·18 관련 학술행사는 △‘한국의 정치 : 변동과 민주주의’ 학술대회(한국정치학회·20일 서울 외교안보연구원) △‘역사학에서 본 5·18’ 학술대회(전국역사학대회·26일 서울대) 등이 예정되어 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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