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조화로운 삶'-헬렌·스코트 니어링 지음

  • 입력 2000년 4월 18일 16시 32분


▼'조화로운 삶' 헬렌·스코트 니어링 지음/보리 펴냄/224쪽 7500원▼

신간소개 묶음을 풀면서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부부의 '애정 그 자체'인 사진이 있는 책표지를 보고 '아하-' 탄성을 질렀다. 마음에 찡하는 울림이 있었다. 책을 손에 들고 너무 기뻤다.

이 부부는 또 누구인가? 오랫동안 양서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기억하는가.

안읽었다고? 아니 제목도 안들어봤다고? "세상에, 그러면 안됩니다. 볼 것은 반드시 보아야 됩니다. 읽고나면 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겁니다"

문명에 저항하고 자연에는 순응하며 '조화로운 삶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그들도 이제 '아주 작은' 숟가락을 놓고 자연으로 돌아갔다(스코트 니어링 1983년 헬렌 니어링 1995년 별세).

이 책은 두 사람이 1932년 뉴욕생활을 그만두고 버몬트시골로 들어가 살았던 스무 해의 기록이다.

먼저 그들은 조화로운 삶을 찾아 버몬트시골로 가기로 작정했다.

이어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원칙을 열 두가지 세우고 십년계획을 세웠다. 그 첫 번째가 자급자족이었다. 그리고 잠자는 집을 손수 지었다. 땀흘려 농사를 지어 양식을 장만했다. 그것도 유기농법으로 곡식과 채소와 과일과 꽃을 가꾸었다. 먹는 것도 최소화시켜 중처럼 살았다. 하루에 한 끼, 적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 실제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 돈을 많이 벌 필요도 없다.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었으나 그 일은 많이 힘들었다.

애초에 정한 원칙대로 살았다. 두 사람은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독립하여 자연 속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사회를 생각하며 조화롭게 산 것이다.

'삶은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단순하면서도 충족된 삶을 산 아름답고 훌륭한 영혼들과 종이로나마 시공을 초월, 호흡을 같이 하는 것만도 큰 기쁨이다.

'월든'생활을 먼저 체험한 홀아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천국서 빙긋이 웃으며 반기지 않았을까.

이 시대 '정신적 사표'의 두번째 저작물을 읽으며 사뭇 경건함을 느낀다. 一讀 아니 깊은 밤 精讀을 권한다.

최영록<동아닷컴 기자>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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