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실리콘 밸리의 누디스트/포 브론슨 지음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포 브론슨 지음/나노미디어

데이비드 쿤즈. 최초로 필름 스캐너를 발명했던 그는 노조원들이 다 퇴근하는 10시 이후에는 옷을 다 벗어버리고 작업을 했다.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의논할 일이 있으면 벌거벗은 채 옆방을 돌아다녔지만 문제삼는 동료는 없었다.

어느날 작업 중 시계를 보니 ‘20:06’. ‘오후 10시6분’으로 착각한 그는 언제나처럼 옷을 다 벗고 있다가 노조원인 여직원과 마주쳤고 이로 인해 해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이 ‘누디스트’의 편을 들었다. 그의 변은 당당했다.

“이제 일한다는 것은 일 반 놀이 반이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생활 전체를 작업장에서 보내지 않습니까?”

데이비드 파일로. 야후의 공동창업자로 억만장자가 된 후에도 사무실 책상 밑에 머리를 박고 자던 그가 어느날부턴가 책상 밑에서 기어나와 새 칸막이 방으로 옮겨갔다. 부자가 됐으니 조금 편히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책상 아래 쓰레기더미가 너무 쌓여 더 이상 머리를 들이박고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에 실리콘 밸리에 관한 기사를 발표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밸리를 쥐고 흔들어대는 사람들을 다루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은 “서부적 현상에 동부의 패러다임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를 꿈꾸며 매일 아침 새롭게 깨어나는 실리콘 밸리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싶어한다.

“칸막이 방에 앉아서 화면을 들여다보며 자기의 도전 과제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노동자들. 그 곳은 혁신이 일어나는 곳, 활기로 가득한 곳이다. 누구나 갈 수 있고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채윤기 옮김, 351쪽 1만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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