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녹용-농약 한약재 대량 유통 수입상등 17명 적발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가짜 녹용' 수거
'가짜 녹용' 수거
약효가 전혀 없는 알래스카산 순록의 뿔을 수입해 녹용으로 속여 팔고, 살충제 농약 성분이 든 중국산 수입 한약재를 시중에 대량 유통시킨 한약재 수입상 등 1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부장검사)는 26일 조흥약업 대표 김동량(金東亮·39)씨와 진형무역 대표 임석준(任錫準·39)씨 등 6명을 사기 및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또 우성양행 대표 신문균(申文均·53)씨 등 8명은 불구속기소했으며 동아상사 대표 박기엽(朴基葉·28)씨 등 3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99년 6월부터 러시아 보따리장수 등으로부터 순록 뿔을 확보한 뒤 이를 녹용인 것처럼 포장해 180㎏(1억8000만원 상당)을 전국의 한의원 등에 판 혐의다.

검찰은 “김씨가 판매한 순록 뿔의 규모는 2t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살충제 농약인 BHC가 들어 있는 중국산 행인(杏仁·살구씨 알맹이) 5t 등 1억원어치의 한약재를 불법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기소된 신씨는 약효가 떨어져 부적합 판정을 받은 녹용 1.7t(6억5000만원 상당)을 한의원 등에 불법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배된 박씨는 BHC가 든 중국산 복령(茯笭·버섯류) 24t을 유통시킨 혐의다.

검찰은 “박씨가 판매한 복령 중 일부가 M, H, S사 등 제약회사 3곳에 납품된 것으로 밝혀져 이들 제약사의 제품 100여종을 수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농약잔류 여부에 대한 성분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순록 뿔은 원산지인 알래스카의 이름을 따 ‘스카’라고 불리는데 약효가 없어 외국에서는 전혀 거래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녹용과 모양이 비슷해 한약상들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스카는 잘게 썰어놓을 경우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렵고 가격도 ㎏당 미화 100달러(수입녹용은 ㎏당 300달러)에 불과하다”며 “연간 국내 녹용 소비량이 200t에 이르는데 스카는 이중 1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번에 적발된 불량 수입한약재는 행인과 목, 오가피 등 14종에 달했고 이뇨제와 간장약 등에 흔히 사용되는 복령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BHC 성분이 기준치인 0.2ppm의 2배 이상인 0.4∼0.7ppm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적발된 한약상들은 수입한약재의 경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약재를 봉인해 보관해야 하는데도 이를 개인창고에서 보관하다 미리 팔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에도 폐기하지 않고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중국산 한약재의 경우 수출업자가 선적과정에서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살충제를 마구 뿌려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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