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인기비결]'학문' 선입견 깬 파격적 입담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동양철학 보편화의 공신이냐, 철학의 오락화 기수냐. 양 극단을 오가는 평가를 받으며 방송됐던 EBS ‘도올 김용옥의 알기 쉬운 동양고전-노자와 21세기’(월∼목 밤10·40)가 24일 막을 내렸다.

방송기간 동양철학자들의 첫째 가는 술안주감이었다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수치로 드러난 이 프로그램의 파장은 대단했다. EBS 프로그램들의 평균 시청률은 1%대 안팎에서 맴돌았지만 도올의 강의는 최고 10%에 육박했다. 평균 시청률도 6%대. 교재용으로 만들었다는 ‘노자와 21세기’는 방송기간 내내 서울 시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화요일 오후 녹화가 진행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방송교류재단 내 아리랑TV 스튜디오에는 수용인원을 50% 이상 초과하는 300여명의 방청객이 몰려 EBS 측은 보조 의자를 마련하느라 바빴다. EBS는 도올 덕에 강의 시작 전보다 3배 이상 신장된(EBS 자체 분석) 채널 인지도를 얻었다고 판단, 지상파 TV 4사 중 가장 먼저 상반기 개편을 단행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시청자들의 폭발적 반응은 우선 도올의 퍼스낼리티에 크게 의존했다는 분석이다. 동양과 서양을 쉴새 없이 오가는 거침없는 지적 상상력, ‘하버드대 박사’하면 떠오를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파격적인 육두문자와 비속어, 강의 내내 클라이막스 상태를 유지하는 특유의 에너지, 인기를 등에 업고 연초 KBS2 TV의 간판 쇼프로인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와 가수 조영남과 ‘비틀스’의 히트곡 ‘렛 잇 비’를 부른 대중성. 게다가 세기의 전환기에 들어맞는 노자의 철학을 내세운 시의성.

일각에서는 그를 놓고 “학문적 성취도를 떠나 근래 보기 드문 엔터테이너”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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