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乳서 다이옥신 다량 검출…하루 허용량의 24~48배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국내 일반산모의 초유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하루 섭취허용량(TDI)의 24∼48배 가량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99년도 내분비계장애물질 평가사업’ 국내외부 용역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모유의 다이옥신 검출이 보고된 적이 있으나 정부기관이 공식 조사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명수(金明洙)박사팀이 지난해 7∼9월 서울 강남지역에 사는 초산모 36명과 재산모 23명 등 59명에게서 채취한 초유의 다이옥신 농도조사 결과 모유 g당 포함된 지방에서 평균 31.78pg(피코그램·1조분의 1g)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아기의 몸무게 3㎏ △우유 중 포함된 지방분의 비율 △아기가 하루에 먹는 모유량 300∼600㏄ 등을 감안하면 다이옥신의 국내 1일 TDI인 체중 ㎏당 4pg의 24∼48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분유와 우유 중 다이옥신 잔류수준이 각각 0.002pg, 1.41pg인 것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것이다.

그러나 박귀례 독성연구소 생식독성과장은 “유아의 우유 섭취가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하고 초유의 다이옥신이 매달 10% 이상 감소하므로 엄마젖을 먹여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또 이날 71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DDT의 대사체인 DDE가 지금도 인체에서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유방암환자의 혈청 중 DDE 검출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50%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강숙 가톨릭의대 교수팀이 유방암환자군과 대조군(개복수술환자군) 각 50명에 대해 혈청 중 DDE 평균농도를 조사한 결과 유방암환자군의 농도가 2.51ppb(㎍/㎏)로 대조군의 1.68ppb에 비해 50% 가량 높게 검출됐다는 것.

식약청은 이와 함께 7종류의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유아용 젖병에 끓는 물을 넣은 결과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국내 용출기준(2.5¤)을 훨씬 밑도는 4.2∼29.4ppb 가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유통중인 탄산음료 식혜 커피 과일주스 등 캔식품 130여종에서도 외국과 유사한 수준인 0.27∼12.41¤의 비스페놀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산모 43명 중 비스페놀A가 양성으로 측정된 산모의 태반에서도 초산모는 g당 평균 138.9ng(나노그램·10억분의 1g), 재산모는 124.2ng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이무상교수팀은 국군수도통합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95년부터 5년간 남성의 정액분석을 실시한 결과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알려진 정자수의 감소나 정액의 뚜렷한 변화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