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난타' 도쿄공연]미즈호/"독창성에 기립박수"

  • 입력 2000년 1월 12일 20시 03분


깜짝 놀랄 만한 무대였다. 일본 관객들은 역동적이면서 영혼을 울리는 리듬 뿐 아니라 부엌의 갖가지 도구 (칼, 야채, 가스관, 물통 등)를 드럼처럼 두들겨대는 한국인의 독창적 아이디어에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일본 관객들은 그렇게 재밌고 환상적인 공연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일본사람이 갖고 있는 한국인의 이미지는 너무 진지하고, 엄격하고, 딱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난타’ 공연을 통해 한국인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게 됐다. 유머러스하고, 활짝 웃고,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말이다. 관객들은 진정 가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감동에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물놀이’ 전통 연희를 현대화한 표현법은 매우 흥미로웠다. 어둠 속에서 형광리본이 달린 상모를 돌리는 장면, 네 명의 요리사가 물을 튀기며 열정적으로 드럼을 두들겨대는 장면은 마치 록음악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명장면은 세계의 어떤 젊은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 배우들이 무대를 주도하고, 일본인 관객들이 객석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는 장면은 정말 보기 좋았다.

과연 50년 전이라면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한일 양국민이 국경을 뛰어넘어 함께 즐기는 이런 모습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의 열렬한 기립박수와 환호성 속에 ‘난타’ 공연은 막을 내렸다.

이런 환상적인 밤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스나 미즈호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95년 한일교류논문 공모 최우수상(동아일보, 아사히신문 공동주최)

△소설 ‘러브 발라드’ ‘은장도’, 저서 ‘도쿄의 POP문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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