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발빼는 투자자 는다…이달만 2兆규모 환매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46분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투자금을 인출하는 것)가 급증하면서 투신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매는 곧바로 투신사의 주식매도를 촉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기때문에 연말장세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주식형잔고가 증가하려면 주가가 1000선을 확고히 지키면서 전고점인 1050선을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만 2조규모 환매

▽환매 얼마나 일어났나〓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23일 현재 55조6091억원으로 지난달말(55조8129억원)에 비해 2038억원 감소했다. 주식형잔고가 감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그러나 주식형잔고에서 하이일드펀드를 제외할 경우 이달들어 환매규모는 무려 2조원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5일 이후 1조6400억원가량 신규설정된 하이일드펀드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공사채형펀드인데도 공모주에 일부 투자한다는 것때문에 주식형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감안한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환매규모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주식형펀드는 △지난 4월 5조9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7조원 △7월 11조원 가량씩 순증했다.

주식형펀드는 통상 가입후 6개월이 지나면 환매수수료를 내지않고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다.

투신업계는 “지난 4∼5월경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8∼10월 약세장을 거치면서 원금을 까먹다가 최근 주가상승으로 원금수준을 회복하자 곧바로 환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지난 6∼7월에 18조원가량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점을 감안할때 투신사의 환매부담은 연말 연초에 더욱 가중될 전망.

◆'원금 회수' 심리 확산

▽환매는 주가하락으로 연결〓상당수 증권전문가들은 투신권이 외국인의 매수세 바통을 이어받는 것을 전제로 이달중 전고점(1050)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주식형펀드 가입고객의 환매쇄도가 투신사의 주식매도→주가하락→추가환매→주식매도의 악순환으로 연결되면서 주식시장은 조정기에 접어든 양상. 투신사들은 이달들어 23일까지 3525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나마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하락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증시침체 부추길 우려

▽환매가 진정되려면〓KTB자산운용 장인환(張寅煥)사장은 “전고점을 돌파하는 강세장이 유지돼야 환매가 수그러들 것”이라며 “그러나 매수차익거래잔고와 미수금 등 악성매물 부담으로 당분간 상승장을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공모주청약과 코스닥시장 등 주식형펀드를 대체할 투자시장이 존재하는한 ‘일단 찾고 보자’는 투자자들의 환매욕구를 잠재우기 쉽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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