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객석」 사들인 윤석화 『본업은 배우』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윤석화(44)는 연극배우인가, 출판 경영인인가?

그는 지난달 남편 김석기씨(42·전 중앙투자금융 사장)와 결혼하면서 ‘위탁’해 놓았던 돈 4억5000만원을 찾아 공연예술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1일부터 경영을 맡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극단 ‘돌꽃컴퍼니’ 대표인 그가 월간지 경영까지 겸해 이제 ‘전업’하려나 지레 짐작했다.

그러나 윤석화는 “어디까지나 내 본연의 모습은 연극배우”라면서 9월8일부터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가시밭의 한송이’(이윤택 연출)에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이 공연은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시리즈의 하나. 박정자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건넜다’(1∼3월)와 윤석화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4∼7월)에 이어 손숙이 가을 공연을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손씨가 장관에 임명됐다 물러나는 등 사정이 어려워지자 윤석화가 대신 맡게 됐다.

이 연극은 80년대 초반 신문사 여기자로 날씨를 빗댄 정권 비판기사를 실어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40대 여성의 사랑 회상기다. 물론 픽션이다. 상대역은 송영창.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노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준 윤석화.

“절제된 대사 속에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연기를 펼치려 합니다. 고문의 상처로 등이 굽은 여인이 ‘가시밭의 한 송이 흰 백합화∼’를 부르는 장면과, 정사(情事)가 펼쳐지는 엔딩장면은 ‘웃음과 울음’이 뒤범벅이 되겠지요. 비수로 찌르는 듯한 슬픔도 함께 느끼도록 해볼 작정입니다.”

사랑과 섹스를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갈 예정.

윤석화는 이 연극의 시간적 배경인 8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가 있었다. 당시 ‘객석’의 뉴욕 통신원 역할을 맡았던 것이 객석과의 첫 인연이었다.

중학시절 동양화를 배울 때 바위에 핀 난초를 잘 친다하여 아버지가 지어준 호 ‘석화(石花)’. 꽃 중에서 들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공연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들꽃처럼 피어나는 순수예술”이라면서 “이제 공연예술의 기반을 지켜나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4억5000만원은 연기생활 25년 동안의 개런티와 CF출연료를 모은 전 재산이지요. 언젠가 예술과 문화를 위해 사용하려고 했던 돈입니다.” 02―334―5915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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